증권가 적정 시총 ‘100조’ 제시
지주사 디스카운트 우려도 ‘쑥’
“LG화학 추가 상승여력 기대”
기업공개(IPO)를 앞둔 LG에너지솔루션의 수요예측에 기관 주문액이 1경원을 넘어서면서 LG화학의 주가 향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선 ‘알짜’ 사업 부문인 2차전지 사업을 떼어낸 만큼 투자심리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 흐름이 양호할 경우 LG화학도 단기적인 조정을 거친 뒤 함께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상존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앞서 진행된 LG에너지솔루션의 수요예측에는 국내 기관 1536곳, 해외 기관 452곳 등 총 1988개 기관이 참여해 최종 20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코스피 IPO 수요예측 역사상 최고 경쟁률이다. 전체 주문 규모는 1경5203조원이다. 경(京)은 1조의 1만배로 경 단위의 주문 규모가 모인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코스피에 입성해 시장 예상대로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기록할 경우, SK하이닉스를 제치고 단숨에 코스피시장 시총 순위 2위에 오르게 된다.
지난 14일 LG화학은 전 거래일 대비 5.17%(3만9000원) 내린 71만6000원에 마감했다. LG화학 주가는 지난해 12월30일 52주 최저가인 61만1000원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들어 저가 매수세가 몰리며 70만원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상장을 앞둔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수요예측에서 역대급 기록을 쓴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핵심 사업부를 떼어내면 사업가치가 중복 카운팅돼 자회사 상장 이후 기존 모회사가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LG화학은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지분 100%를 보유 중이지만 상장 후 지분율은 82%로 줄어든다.
증권사들은 LG화학 목표주가를 하향하면서 신중한 접근에 나설 것을 조언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 후 LG화학의 지분율 하락과 함께 석유화학 산업이 하락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목표주가는 기존 97만원에서 78만원으로 조정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가치 32조원, 기초소재 부문 가치를 15조원으로 평가했다”며 “보수적으로 평가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가치는 23조원, 기초소재 부문 가치는 11조원으로, 이 경우 바닥권 주가는 55만원”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후 주요 주가지수에 편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수급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 때 패시브 펀드 자금이 대거 이동하며 LG화학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LG화학의 목표주가를 100만원에서 88만원으로 낮췄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에서 LG화학으로의 수급 이동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액티브 뿐 아니라 패시브 자금이 이동할 전망으로, LG에너지솔루션 상장 후 약 1~2개월까진 보수적 접근을 추천한다”고 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이 경쟁사인 중국 CATL 대비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면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가치 역시 올라가게 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LG화학이 이번 상장 과정에서 구주 매출을 통해 확보하게 될 2조5000억원의 현금 활용도 주목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이 CATL 대비 할인받을 이유가 점차 사라지면서 LG화학에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발생할 전망”이라며 “또 구주 매출 자금 조달로 2차전지소재 사업에 적극 투자할 여력이 충분하고, LG에너지솔루션 외 외부 매출이 발생할 경우 추가적인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중장기적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주가가 연동돼 상승할 전망”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 주가 상승이 지분 가치 희석보다 영향력이 클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