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도연, 전지현, 이영애, 송혜교 등 오랜만에 복귀한 톱스타들이 연이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갔으나, 힐링 드라마와 사극부터 여성 댄서 열풍까지. 의외의 흥행작들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다만 20% 이상의 대박 작품 실종을 비롯해 PPL과 CG 완성도 논란, 역사 왜곡 의혹 등 점점 높아지는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방송가에 새로운 숙제를 안겨주기도 했다.
◆ 전도연·전지현·이영애·송혜교, 톱스타들 연이어 초라한 성적표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지옥’부터 티빙의 ‘술꾼도시여자들’, ‘유미의 세포들’ 등 각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들이 완성도 높은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끄는 사이, TV 프로그램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올 한 해 주말드라마를 제외한 모든 미니시리즈들 중 20%가 넘는 작품은 단 한 작품도 없었다.
특히 톱스타들이 주인공으로 나선 작품들까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위기를 실감케 했다. ‘인간실격’의 전도연과 ‘구경이’의 이영애가 연속 출격하며 JTBC 드라마 부진 흐름을 끊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두 작품 모두 2% 내외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두 작품 모두 평가 면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인간실격’은 분위기가 지나치게 무겁고, 호흡이 느리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구경이’는 다양한 시청자들을 아우르기엔 분위기가 너무 독특하다는 평을 받았다.
송혜교의 3년만 복귀작인 SBS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도 시청자들의 호불호를 부르고 있다. 현재 6~7%대의 무난한 성적표를 기록하고는 있으나, 주연 배우인 송혜교는 ‘늘 비슷한 멜로 연기를 보여준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동시간대 방송 중인 MBC ‘옷소매 붉은 끝동’에게도 밀리며 초반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얻고 있다.
tvN ‘지리산’은 9% 내외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음에도 성공작으로 분류되지 못했다. 배우 전지현과 주지훈, 작가 김은희, 감독 이응복 등 스타 배우, 제작진이 뭉쳐 기대치가 높았던 것도 있지만,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혹평에 시달려야 했었다. 초반부터 어색한 CG와 과도한 PPL로 ‘몰입을 깬다’는 지적을 받았던 ‘지리산’은 전개 또한 지나치게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반등에 성공하지 못했다. 각종 OTT 콘텐츠들을 접하며 한층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확인케 한 작품이기도 했다.
◆ ‘라켓소년단’·‘갯마을 차차차’→‘원더우먼’ 예상 뒤엎고 반전 흥행
기대작들의 부진이 아쉬움을 유발하기는 했지만, 깜짝 흥행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한 작품들도 있었다. 배우 탕준상과 이재인, 손상연, 최현욱, 김강훈 등 아역 배우들이 주축이 된 SBS 드라마 ‘라켓소년단’이 대표적인 예다. 배드민턴을 소재로 열여섯 소년, 소녀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풋풋하고 싱그럽게 담아내며 ‘힐링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쏟아지는 호평은 물론, 올림픽 시즌에도 5%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월화드라마 1위 자리를 꾸준히 시켰다.
지난 10월 종영한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는 10%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힐링 로맨스였다. 짠내와 사람 내음으로 가득한 바닷마을 공진을 배경으로 현실주의 치과의사 윤혜진(신민아 분)과 만능 백수 홍반장(김선호 분)의 로맨스를 달달하고, 또 애틋하게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열광을 이끌었다.
150억 대작 MBC ‘검은 태양’과 맞붙었던 SBS ‘원 더 우먼’도 15% 내외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깜짝 흥행작이 됐다. 비리 검사에서 하루아침에 재벌 상속자로 인생이 체인지 된 검사 조연주(이하늬 분)의 활약을 유쾌하게 담아내면서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했다. 자극적인 내용 없이 기분 좋게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유쾌한 작품들이 올 한해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었다.
현재 방송 중인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도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를 제치고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정조 이산(이준호 분)과 궁녀 덕임(이세영 분)의 애틋한 로맨스와 치열한 궁중 암투를 조화롭게 담아내며 다양한 시청자들을 아우르고 있다. 이 작품 외에도 SBS ‘홍천기’, KBS2 ‘연모’, KBS1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이 사랑을 받는 등 사극이 방송가의 새로운 흥행 장르가 되고 있다.
◆ ‘골때녀’·‘스우파’ 예능 장악한 여성들
올 한해 가장 뜨거웠던 예능프로그램은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과 엠넷의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였다. ‘골때녀’는 축구에 진심인 여성들의 활약을 흥미진진하게 담았으며, ‘스우파’는 여성 댄서들의 실력을 집중 조명하며 팬덤을 형성했다. 그간 스포츠 예능에서는 주인공이 되지 못했던 여성 연예인들, 실력을 뽐낼 기회를 얻지 못했던 여성 댄서들이 이뤄낸 반전 흥행이 여성 예능의 가능성을 한층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 ‘조선구마사’ 폐지→‘설강화’ 거센 비난…역사 왜곡으로 곤혹 치른 작품들
지난 3월 첫 방송된 SBS ‘조선구마사’는 역사 왜곡 논란으로 2회 만에 방송이 중단됐었다. 태종(감우성 분)이 이성계 환시를 보고 무고한 백성을 학살하는 장면과 충녕대군(장동윤 분)이 구마를 하러 온 요한신부(달시 파켓 분)에게 월병과 중국식 만두, 피단 등 중국식 음식을 대접한 장면이 문제가 됐다. 역사를 왜곡한 것은 물론,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을 도왔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시청자들은 ‘조선구마사’의 협찬, 광고 업체에까지 항의를 했고, 결국 이들이 연이어 협찬, 광고를 철회하면서 버티지 못하고 폐지를 결정했다.
tvN ‘빈센조’는 중국 브랜드 간접광고(PPL)로 지적을 받았다. 한 회차에서 중국기업 즈하이궈가 생산한 비빔밥이 등장했고, 시청자들은 ‘비빔밥까지 중국의 것이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tvN은 논란이 된 장면을 넷플릭스, 티빙 등 OTT 서비스에서 삭제해야 했다.
현재 방송 중인 JTBC ‘설강화’ 또한 민주화운동 폄훼, 안기부 미화 의혹 등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일부 시놉시스가 유출되면서 방송 전부터 우려를 자아냈던 ‘설강화’는 방송 이후 더욱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설강화의 방영을 중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글이 게재됐고, 30만 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이 청원에 동의했다. ‘설강화’ 측의 거듭된 부인에도 협찬사와 광고주들을 향한 항의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최근 드라마들의 부진 속 사극이 방송가의 한 줄기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보력을 바탕으로 행동력까지 갖춘 시청자들을 충족시킬만한 철저한 준비가 중요해진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