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미스티’ 이어 선보이는 새로운 멜로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지난 2018년 JTBC 드라마 ‘미스티’로 데뷔한 제인 작가는 이 드라마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었다.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와 그의 변호인이 된 남편. 그들이 믿었던 사랑의 민낯을 보여주는 파격적인 전개로 이목을 끌었다. 19세 관람가라는 조건에도 첫 방송 3%를 기록했던 ‘미스티’는 금, 토요일 오후 11시라는 늦은 시간대에 방송됐음에도 8% 내외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었다.
제인 작가는 두 번째 작품인 SBS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서도 진한 멜로를 선보이고 있다. 네 남녀의 사랑과 이별을 솔직하게 그리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이 작품 또한 7% 내외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 솔직하고, 과감한 ‘어른’들의 멜로
‘미스트’는 초반부터 과감하고, 빠른 전개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특히 첫회부터 완벽한 앵커 고혜란(김남주 분)이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는 모습이 나오는가 하면, 중간중간 회상신을 통해 고혜란과 과거의 남자 케빈 리(고준 분)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암시하며 격정 멜로의 아슬아슬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후에도 각종 반전으로 흥미를 유지했다. 케빈 리의 죽음을 둘러싸고 고혜란을 포함한 모든 주변인들이 의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추리의 재미를 만들어냈으며, 고혜란이 위태로워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자 보도국 내에서 치열한 권력 암투를 벌이는 과정도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고혜란의 남편 강태욱(지진희 분)은 아내를 향한 사랑을 지고지순하게 표현하며 새로운 사랑의 형태를 보여줬다. 믿었던 아내에게 상처를 받고, 그럼에도 아내를 포기하지 못해 케빈 리를 살해하고만 강태욱은 전개 내내 상황에 흔들리면서도 아내를 향한 사랑만큼은 굳건하게 지켜내며 멜로 드라마의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의 하영은(송혜교 분), 윤재국(장기용 분)도 처음부터 자신들의 감정에 솔직하다. 두 사람 모두 비혼주의자로, 감정 없는 관계를 원하는 파격적인 모습으로 첫 회를 장식한 것. 이후 서로 마음을 나누고, 신뢰를 가지는 과정에서도 자신들의 감정만큼은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중이다. 현재 하영은과 그의 전 연인이자 윤재국의 죽은 형 윤수완(신동욱 분)과의 얽힌 사연이 장애물로 등장하고 있지만, 하영은, 윤재국의 ‘직진’ 사랑이 답답함 없는 전개를 가능케 한다.
◆ 욕망 또는 우정, 제인 작가가 담는 다채로운 감정들
‘미스티’에서는 케빈 리 죽음을 둘러싼 진실과 고혜란과 남성들의 사랑 이야기 외에 앵커 고혜란의 강한 욕망도 드라마의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했었다.
고혜란은 앵커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과 사회 유력 인사들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강인한 면모를 드러내는가 하면, 유능한 후배들을 견제할 때는 냉철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입체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이에 ‘미스티’에서는 보도국 사람들이 때로는 갈등하고, 때로는 똘똘 뭉쳐 함께 저항하며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냈었다. 앵커 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후배 한지원(진기주 분)의 능력을 인정하고, 그에게 기회를 줄 때에는 뭉클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서는 욕망이 아닌, 여성들의 우정에 또 다른 방점이 찍혀 있다. 하영은과 윤재국의 멜로가 달달하면서도 애틋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하영은과 전미숙(박효주 분), 황치숙(최희서 분)의 우정은 유쾌하면서도 따뜻하다.
현재 하영은과 황치숙 모두 전미숙이 췌장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절절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전미숙의 옷을 직접 수선해주고, 영정 사진을 함께 찍어주는 등 전미숙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 사랑과 우정, 욕망 등 다채로운 감정들이 함께 담기며 공감의 폭을 넓히고, 극을 한층 풍성하게 만든 제인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