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손해율 131%…보험료 '폭탄'
올해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에서 3조5000억원 규모의 적자가 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역대 최대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보험료 인상이 재차 현실화되면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함께 등장하고 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현재 손해보험사의 일반 실손보험 잠정 손실액은 1조9696억원으로 집계됐다. 손실액은 계약자가 낸 보험료 가운데 비용을 뺀 '위험보험료'에서 '발생손해액(보험금 지급액)'을 제외한 금액이다. 이 금액이 마이너스가 됐다는 건 실손보험에서 적자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지난 9월 말까지 손보업계가 실손보험 가입자로부터 받은 위험보험료는 6조3576억원이다. 지급한 보험금은 그보다 2조원가량 더 많은 8조3273억원에 달했다. 발생손해액을 위험보험료로 나눈 위험손해율은 131.0%를 기록했다. 보험료 수입보다 나가는 보험금이 31% 더 많은 적자 구조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손보업계의 실손보험 손실 예상액은 약 2조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전세 실손보험 계약에서 손보사 점유율이 80%에 달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손보업계와 생명보험업계를 합친 전체 실손보험 적자는 3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위험손해율은 보장이 더 후한 옛 실손보험 상품일수록 심각하다.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1세대 구(舊)실손보험'의 올해 3분기까지 위험손해율은 140.7%에 달했다. '2세대 표준화실손보험'(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도 128.6%를 기록해 적자를 나타냈다.
'3세대 신실손보험'(2017년 4월∼2021년 6월 판매)은 위험손해율이 2019년부터 100%를 초과했고, 올해 9월 말까지 112.1%로 악화됐다. 기존 실손보험이 모두 적자지만 특히 초창기 상품이 대규모 적자의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1세대 상품은 최고 21.2%의 보험료 인상률이 적용됐지만, 손해율은 전년 동기의 141.7%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1세대 실손 가입자는 낸 보험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더 많은 보험금을 받아 간 셈이다.
문제는 비급여 진료 항목이다. 실제로 보험금 지급이 많은 비급여 진료 항목은 1·2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도수치료 ▲백내장수술용 조절성 인공수정체(다초점렌즈) ▲체외충격파치료 순이었다. 백내장수술 다초점렌즈 비용을 보장하지 않는 3세대 상품 중에선 ▲1인실 입원료 ▲도수치료 ▲척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순으로 보험금 지급이 많았다.
실손보험의 경영상태가 추가적으로 악화되지 않기 위해선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내년에도 2·3세대 상품의 보험료가 두 자릿수로 인상된다면 3∼5년 주기의 갱신이 도래한 가입자는 50% 넘게 인상된 보험료 '폭탄'을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