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 유포'·'물리적 충돌' 발생
당 안팎 우려 커지자 지도부가 '제동'
이준석 "경선 후 시너지 효과 어려워
조심 부탁…지도부가 '엄정중립' 약속"
국민의힘 대선 후보 최종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후보 간 단순한 상호 견제를 넘어선 '음해성 허위 사실 유포' 혹은 '지지자들 간 물리적 충돌' 논란이 벌어지며 당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경고의 메시지를 내놓으며 과열 양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준석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까지 우리 당 경선은 후보들과 당원들의 노력으로 '흥행'과 '공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지만, 마지막 며칠을 남겨두고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당대표로서 강력하게 경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실제 최종 경선에 나선 4인의 후보 간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며 격화된 캠프와 지지자들 간 감정이 각종 부작용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당내 특정 인사가 모 후보를 지지한다는 등의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경쟁 캠프 쪽에서 불만이 터져나오자 당사자가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해명하는 등 상호 간 불신을 초래하는 사태가 벌어져 걱정을 사고 있다.
전날 김기현 원내대표의 명의로 된 특정 후보 지지 입장문이 SNS와 메신저를 타고 광범위하게 유포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결국 김 원내대표가 직접 해당 입장문의 진위를 부인하며 "그동안 엄정중립을 지켜온 저로서는 이런 불순한 의도를 가진 명백한 허위의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또 각 후보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전날 강원권 TV토론회에 앞서 지지 후보를 응원하러 방송국을 찾은 지지자들 간 욕설과 폭행이 벌어진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 캠프에 따르면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응원전을 준비하고 있던 유 전 의원 지지자들 앞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자 두 명이 나타나 현수막으로 유 전 의원 응원단을 가로 막으며 갈등이 빚어졌고, 윤 전 총장 지지자들이 고성과 욕설을 한 뒤 팔꿈치로 유 전 의원 지지자들을 가격해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이준석 대표는 "경선이 끝나면 모두 손잡고 최종 후보의 당선을 위해서 뛰어야 하는데, 당원과 지지자들 간에 불필요한 물리적 충돌이나 언어 자극이 지속되면 선거 이후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기 어렵다"며 "각 후보 캠프는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요청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기현 원내대표 사태를 두고서도 이 대표는 "당내서 큰 신뢰를 받고 있는 김 원내대표의 이름이 도용돼 광범위하게 괴메시지가 유포된 것은 매우 악의적이고 중대한 잘못"이라며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경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지도부의 이름을 도용해 전파되는 각종 메시지에 특히 조심하길 부탁드린다. 지도부는 경선이 끝날 때까지 어느 후보에도 편중됨 없는 엄정중립을 약속할 것"이라 강조했다.
배현진, 윤석열 측 '대리투표 권유' 논란 진화
"공정 훼손 염려하는 당원들, 지도부 믿어달라"
초선 의원 35인 성명서 내고 '통합 리더십' 촉구
"치열하게 검증·토론하되 포용 리더십 보여야"
한편 이 대표와 함께 최고위에 참석한 배현진 최고위원은 전날 불거졌던 윤석열 전 총장 캠프 측의 '대리투표 권유' 논란을 언급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대리투표 논란'은 윤 전 총장 지지선언을 했던 이창성 국민의힘 수원시갑 당협위원장이 지난 25일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문자투표가 어려우신 분들께서는 연락을 주시면 도와드리겠다"며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과 정권교체를 확실히 이룰 수 있는 윤 전 총장을 선택해달라"고 해 빚어진 논란이다.
홍준표 의원 측에서 해당 문자를 문제 삼아 "조직적인 대리투표 시도"라 목소리를 높이자 윤 전 총장 측은 "대리투표 시도가 아닌 투표 방법을 알려주려는 의도"였다고 해명에 나선 바 있다.
배 최고위원은 "대리투표 우려 문자가 시중에 돌면서 공정 훼손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당원들의 염려가 퍼졌던 것 같다"며 "이 내용에 대해서는 김재원 최고위원이 맡고 있는 공명선거추진단이 사실 여부를 명확히 밝힐 것이고, 당 지도부 또한 공정의 룰을 어기는 사안에 대해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믿고 안심하며 경선에 참여해달라"고 독려했다.
아울러 배 최고위원은 "경선이 끝나더라도 우리는 원팀으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 원래 우리가 알고 있던, 잠시 놓쳤던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뛰어야 하는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한가족이라는 마음을 잊지 말아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35인도 같은날 성명서를 내고 과열 분위기에 우려를 표하며 공정 경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승수·박형수·최승재·최형두 의원 등 35인의 초선 의원은 "내년 3월 대선은 망가진 경제와 무너진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되는 중요한 선거"라며 "이럴수록 우리는 더욱 겸허해야 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 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후보자들 간 공격과 비방이 도를 넘어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며 "우리 초선 의원들은 네 분의 후보들에 강력하게 촉구한다. 부디 서로 치열하게 검증하고 토론하되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갈라치기 해온 국민들을 포용하고 하나되게 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번에 정권교체에 실패하면 네 분의 후보는 물론 국민의힘 의원들 모두가 국민들께 커다란 죄를 짓는 것"이라며 "부디 대선 후보로서의 품격을 한단계 더 높여달라. 그럼으로써 정권교체가 확실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 모두에게 보여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