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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책도 굿즈가 되는 시대”…출판시장 넘보는 유튜버의 명과 암


입력 2021.10.15 14:01 수정 2021.10.15 12:44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밀라논나·흔한남매 등 유튜버 책 인기

"유튜버 개인사·구독자 성향에 따른 리스크 커"

유튜브가 대세를 넘어 ‘갓튜브’(God Youtube)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이들이 출판시장에까지 관여하고 있다.

ⓒ김영사, 상상스퀘어, 미래엔아이세움

불과 몇 년 전에는 유튜브 운영에 필요한 영상 기술을 책으로 배우고자 하는 독자들이 늘어났고, 이후 유튜브에서 소개된 도서가 큰 인기를 끄는 ‘유튜버셀러’ 트렌드가 감지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유튜버가 직접 책을 내고, ‘작가’의 역할까지 하면서 이 책들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스24 베스트셀러 순위를 살펴보면 지난 8월 출간된 유튜브 ‘밀라논나’의 장명숙이 쓴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는 국내도서 TOP20에 8주 연속 랭크됐다. 자기계발 유튜브 ‘체인지그라운드’를 운영하는 신영준과, 재테크 유튜브 ‘신사임당’을 운영하는 주연규가 쓴 ‘인생은 실전이다’도 베스트셀러 순위에 2주 연속 이름을 올렸다.


또 유튜브 ‘김작가 TV’의 김작가가 쓴 ‘럭키’는 5주, 유튜브 ‘흔한남매’의 한으뜸·정다운의 책 ‘흔한남매의 흔한 호기심4’은 4주째 베스트셀러 20위권에 각각 랭크됐다. 특히 흔한남매의 ‘흔한 호기심’ 시리즈는 꾸준히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랭크되며 남다른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제약이 없는 유튜브의 특성상, 크리에이터들이 다루는 장르의 범위에는 한계가 없다. 이런 특성은 도서를 출간할 때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스24 출간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유튜버가 출간한 도서는 70종을 넘어섰다. 다양한 분야의 도서들 중, 가장 많이 출간된 카테고리로는 ‘가정 살림’과 ‘어린이’가 꼽힌다. 이와 연관되어 가장 많이 구매한 주 연령대로는 40대가 5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유튜버가 쓴 책들이 연이어 쏟아지는 건, 구독자를 독자로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 출판사들이 발 빠르게 유튜버를 저자로 영입하면서다. 확실한 팬덤을 기반으로 한 유튜버들의 책이 구독자들에게 일종의 ‘굿즈’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영상과 별개의 콘텐츠로서 소장이 가능해서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유튜버 구독자들의 충성도에 따라 다르지만 신인 작가에 비교했을 때 인기 유튜버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튼튼한 지지층이 있는 셈이라 출판사들이 유튜버 저자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구독자들의 활동, 예를 들어 댓글이 활성화되어 있다던지 최근에는 유튜브와 구독자의 커뮤니티가 존재하는데 그런 연대가 잘 되어 있을수록 판매량도 크게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선 유튜버들을 저자로 쓰는 것에 큰 리스크가 있다고도 말한다. 한 홍보 관계자는 “유튜버의 경우 검증되지 않은 개인사가 있을 수 있어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출판 전 어느 정도 사전 조사를 하지만 개인의 과거를 모두 알기란 쉽지 않다”면서 “사실상 책이 나오기까지 큰 사고가 없길 바라면서 마음을 졸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유튜브 구독자들의 성향도 판매량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사실 구독자들의 경우 ‘읽는’ 콘텐츠보다는 ‘보는’ 콘텐츠에 익숙한 구매층이 많다. 실제로 이 관계자는 “보통 5만 구독자 정도면 출판사에서 ‘책을 내볼 만하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구독자 수와 책 판매량이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니”라면서 “일부 팬들의 경우 ‘굿즈’의 형식으로 책을 구매하지만 극소수다. 대부분의 구독자들은 ‘공짜 콘텐츠’ 소비자이기 때문에 주머니를 여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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