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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車 비싸진다…원자재가 상승에 개소세 인상까지


입력 2021.10.15 06:00 수정 2021.10.14 17:08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자동차용 강판‧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내수판매가격 인상 불가피

개소세 30% 감면 연말로 일몰…내년부터 5% 적용

출고대란으로 공급자 우위 시장…연식변경 계기 가격 올릴 듯

강남구 현대차 전시장에서 시민들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동차 가격이 내년 초부터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용 강판과 반도체 등 원자재‧부품가격 상승으로 생산원가 부담이 커진데다, 개소세 감면 정책도 연말로 일몰되면서 실구매가가 크게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구매를 예정하고 있다면 해가 넘어가기 전 서두는 게 상책이지만,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차질로 출고대란이 이어지고 있어 이조차 쉽지 않은 형편이다.


1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올 상반기 자동차 강판 가격을 t당 5만원 인상했다. 자동차 강판 가격이 인상된 것은 2017년 하반기 이후 4년 만이다.


철강업계에서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급등을 이유로 주요 철강제품 인상 압력을 가해온 터라 강판 가격 인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100달러 이하였던 철광석 가격은 올해 들어 한 때 200달러를 넘는 등 크게 올랐다.


강판 가격 인상이 완성차 제조원가 상승 요인의 전부는 아니다. 강판은 자동차를 만드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 원자재이긴 하지만 한 대당 강판 사용량은 기껏해야 1t 수준이다. 산술적으로 원가 상승 요인은 5만원 내외다.


더 큰 문제는 차량용 반도체 가격 상승이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는 올해 들어 차량용 반도체 가격을 20%가량 인상했다. 네덜란드 NXP와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다른 반도체 회사들도 가격을 올렸다.


반도체 가격이 10% 상승하면 자동차 생산 원가도 0.18% 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첨단 안전‧편의사양이 장착될수록 이 비중은 더 커진다.


여기에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해외로부터 수급되는 부품 가격 부담도 더 커졌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강판과 반도체 등 원자재‧부품 가격이 동시다발적으로 올라 다들 내수 판매에서 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연식변경 시점을 계기로 주요 차종들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과 동일한 사양을 갖춘 자동차 가격을 하루아침에 올릴 수는 없으니 연식변경과 함께 일부 트림과 사양을 조정하면서 가격을 올리는 방식이다.


통상 풀체인지(완전변경)이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들의 경우 가격이 오르더라도 기존보다 차체 크기나 성능, 디자인 등이 업그레이드됐다는 명분이 있지만, 기존 모델과 큰 변화가 없는 연식변경 모델의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킨다.


자동차 업계 자체적인 인상 외에 정부의 개소세 감면정책 일몰도 실구매 가격을 크게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내수 침체를 막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개소세를 70% 감면(세율 1.5%)해줬다. 당초 지난해 상반기 일몰이었으나 지난해 7월부터 감면율을 30%(세율 3.5%)로 바꾼 뒤 6개월 단위로 두 차례 연장을 거듭해 올해 말까지 시행 예정이다.


개소세 감면이 추가로 연장되지 않는다면 당장 내년 1월부터 자동차 구매시 5%의 개소세율을 적용받는다. 최대 143만원에 달하는 개소세 감면 혜택이 사라지면 자동차 구매가격도 그만큼 오른다.


자동차를 구매할 생각이라면 연말 이전으로 서둘러야겠지만 반도체 수급난으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출고대란’을 겪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와 스포티지 등 인기 차종은 계약부터 출고까지 9~10개월씩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그랜저, 코나 등도 4개월가량 출고대기를 요한다.


원하는 차종을 포기하고 비인기 차종으로 바꾸지 않는 한 차량을 인도받으려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통상 개소세 감면 일몰과 같은 이슈가 발생하면 급격한 판매절벽을 막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이 할인 프로모션 등으로 개소세 인상분의 일부를 보전해주기도 하지만 내년엔 그런 것도 기대하기 힘들다.


가뜩이나 생산차질로 팔 차가 없는 상황에서 대기수요가 밀려 있는데 굳이 할인까지 해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주지 못하는 시장이라 내년 개소세 인상 부담은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면서 “오히려 원자재‧부품가격 인상과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비용부담까지 차 가격에 반영될 여지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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