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연기금 OCIO 시장 추격 나서
한투운용 등 OCIO 펀드 출시 물결
“운용사들 전문적 ESG 자문 필요”
금융투자업계가 빠르게 성장하는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 확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자산운용사들은 OCIO 전략을 활용한 펀드를 출시하며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향후에는 연기금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은 사회적 책임·친환경·투명한 지배구조(ESG)에 대한 운용사들의 역량이 승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최근 고용노동부의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기금과 임금채권보장기금의 주간운용사로 본계약을 체결했다. KB증권은 이달부터 4년간 두 기금의 대체투자 자산 운용 및 사후관리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OCIO는 기관투자가가 자산 일부를 외부에 일임해 전략적 자산 배분, 목표 수익률 설정, 자금 집행, 위험관리까지 위탁 운용하는 제도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공공부문과 함께 대학, 민간기업까지 OCIO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내년 주택도시기금 및 2023년 고용·산재보험기금 주간운용사 재선정 등 시장의 사업 기회가 늘어난 데 따라 증권사들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올해 OCIO 솔루션부를 신설해 인력을 영입하고 기능을 확대해왔다”면서 “OCIO 시장과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공적자금 및 대형 연기금 솔루션을 도출하고 전담할 조직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래에셋증권도 OCIO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금운용팀과 OCIO컨설팅팀을 신설했다. 또 기존 OCIO솔루션팀을 멀티솔루션본부 산하로 이동시켜 마케팅을 전담하는 등 조직 활성화에 힘을 실었다. NH투자증권도 기관자금 운용 자문과 지원 기능을 담당할 OCIO 사업부를 신설했다. 정영채 대표가 OCIO 사업부 대표를 겸직하면서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국내 OCIO 시장은 100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이중 자산운용사의 비중이 약 70%에 달한다. 비교적 빠르게 시장에 진입해 트랙 레코드를 쌓아온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자산운용이 선두에 있다. 나머지 30%의 비중을 차지하는 증권사들이 추격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현재 운용보수는 낮지만 내년 4월에 시행 예정인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등 제도 개선이 예고되면서 향후 시장 규모가 100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운용사들이 ‘OCIO 펀드’를 잇따라 내놓은 것도 연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올해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이 일제히 관련 펀드를 출시했다. 지난달 출시된 ‘한국투자OCIO알아서펀드’는 OCIO 개념을 퇴직연금 확정급여(DB) 적립금 운용에 접목한 공모펀드다. 기업의 DB 적립금 등 기금 운용을 대행하면서 목표설정과 자산배분, 운용, 사후관리를 포괄하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한다.
운용사들은 OCIO 시장 선점을 위한 ESG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연기금의 ESG 투자가 부각된 가운데 관련해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OCIO 운용사들의 역할이 중요해진 까닭이다. 위탁운용 중심의 기금에서 운용사의 ESG 역량은 물론, 사회적 책임 이행이 요구되고 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적기금의 ESG 체계 도입에 있어 OCIO의 역할은 단순히 주어진 자산배분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기존의 집행 기능과는 다른, 보다 선도적이고 전문적인 자문이 요구된다”면서 “개별 기금의 상이한 특성을 고려해 ESG 투자의 필요성과 목적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