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시행 '판교 SK뷰 테라스' 40% 미계약분 '속출'
인근 시세 대비 최소 4억 '로또'…자금여력 부족한 서민은 '그림의 떡'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특혜의혹이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지에서 분양한 '판교 SK뷰 테라스'에서 미계약 물량이 대거 쏟아졌다.
시행사인 화천대유 관련 잡음이 계속되는 데다 분양가가 높아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할 거란 전망이 커지면서다. 이 지사는 대규모 공익사업이라 평가했지만, 실제론 '로또청약'을 노리는 현금부자의 배만 불리게 됐단 지적이 나온다.
7일 업계 등에 따르면 판교 SK뷰 테라스 시행을 맡은 화천대유 측은 6일부터 이날까지 해당 아파트 미계약물량에 대한 무순위 청약(줍줍)을 진행한다. 당첨자는 8일 발표된다.
앞서 이 단지는 292가구에 대한 정당계약을 실시했으나 40.1%에 달하는 117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수도권 알짜 입지를 갖춘 단지에서 100여가구 이상 미계약 물량이 속출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당초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기대에 현저히 못 미치는 계약률이다.
이 아파트는 지하 1층, 지상 4층, 16개동, 총 292가구 규모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공급된다. 대장지구 내 마지막 민간공급인 데다 청약통장 및 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청약 자격이 주어졌다. 등기 후 전매도 가능하며 취득세, 재산세 등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진행한 청약에는 9만2491명이 몰리며 평균 316.8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됐으나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은 탓에 3.3㎡당 3440만원으로 분양가가 다소 높게 책정됐다. 전용면적별 분양가는 전용 75㎡의 경우 10억3600만~11억7000만원대, 84㎡는 11억6000만~13억3000만원 정도다.
모든 주택형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선 탓에 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이 불가능하다. 화천대유 측은 9억원 이내 40%, 초과 20% 범위 내에서 대출을 약속했으나 결국 정당계약 마감일까지 자금을 대줄 은행은 찾지 못했다.
고분양가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명목으로 대출 규제까지 옥죄고 있어 자금 부담을 느낀 수분양자들이 계약을 포기한 셈이다. 일각에선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성남의뜰, 화천대유 등을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청약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업계에선 미계약 물량 '줍줍'에 대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내다본다. 오갈 곳 없는 유동자금이 대거 쏠릴 수 있단 관측이다.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인근 시세 대비 저렴해 당첨 시 최고 4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어서다.
대장지구 내 올 상반기 입주를 시작한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 A2블록 전용 84㎡는 5월25일 12억3000만원에 실거래됐다. 현재 해당 주택형 매매호가는 17억원에 이른다. 같은 평형대 A1블록 전세 시세는 6억3000만~8억원 수준을 나타낸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수도권에서 미계약 물량이 대거 발생한 데 대해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단기간 집값이 치솟은 탓에 무주택자가 아닌 일부 현금부자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장동의 경우 입지가 양호하고 앞으로 인프가 개선 시 주택가격 상승 여력은 더 남았다"며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청약 문턱이 비교적 낮아 유동자금이 풍부한 현금부자들의 리그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잦은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이 천정부지 치솟았는데 하필 대장지구 공급 시기까지 맞물린 것이 대장동 주택시장 과열을 부추겨 이 같은 기현상이 불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