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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외화 조달 총력전에도…유동성 관리 '난항'


입력 2021.10.04 06:00 수정 2021.10.01 16:5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5대銀 관련 자금 올해만 13조↑

LCR은 하락세…수급 경쟁 지속

국내 5대 은행 외화 조달 자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이 확보해 둔 외화 자금이 올해만 13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17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금융 불안과 향후 경기 회복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외화 유동성 관리에 난항이 계속되면서 자금 조달을 둘러싼 은행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외화 조달 규모는 173조710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는 12조9401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이 조달해 둔 외화 자금이 50조667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9.8%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국민은행 역시 44조6754억원으로, 우리은행도 34조2644억원으로 각각 8.2%와 6.8%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이밖에 신한은행은 33조1137억원으로 농협은행은 10조9893억원으로 각각 6.9%씩 외화 조달이 늘었다.


은행이 이처럼 외화를 끌어 모으고 있는 배경으로는 우선 코로나19가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이로 인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되자, 혹시 모를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외화 수요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아울러 코로나19를 계기로 급격히 위축됐던 무역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도 은행권의 외화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은행은 수출입 거래가 확대될수록 달러 자산을 확충해둘 필요가 있다. 은행들은 보통 수출환어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수입업체에 대금을 빌려주는데 이때 달러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 비용 확대 우려


문제는 외화 자산의 몸집이 한껏 불어났음에도 은행권의 외화 유동성은 도리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해 6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평균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06.7%로 전년 동월 대비 14.2%p나 떨어진 실정이다.


은행들의 외화 LCR이 낮아졌다는 것은 외환 위험 발생을 둘러싼 대비 여력이 이전만 못해졌다는 의미다. LCR은 금융위기 시 자금인출 사태 등 심각한 유동성 악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은행이 당국의 지원 없이 30일 간 자체적으로 견딜 수 있도록 대비하기 위해 정한 규제로, 수치가 낮아질수록 유동성 위기에 따른 대응 여력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최근의 은행의 외화 확보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제는 코로나19 연착륙을 준비하면서 외화 유동성 지표도 안정권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비용이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은 은행에게 고민거리다. 은행이 외화 자금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관련 예·적금을 많이 유치하거나 차입금을 늘려야 하는데, 이는 결국 조달 비용을 늘려야 한다는 의미여서다. 더구나 시장 금리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같은 부담은 한층 가중될 공산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유동성 축소가 가시화하는 가운데서도 시장의 외화 수요가 지속될 경우 은행 등 금융사의 자금 조달 비용은 더욱 빠르게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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