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분기 중 소수점거래
MTS 간소화 전략 확대
해외투자자 확보 경쟁 치열
커피값으로도 140만원짜리 LG생활건강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소액투자시대가 개막하며 MZ(밀레니얼+Z)세대의 시장 유입도 가속화 할 전망이다. 이들을 잡기 위한 증권사들 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개발 경쟁은 벌써부터 치열해지고 있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국내 및 해외 주식거래에서 소수점거래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해외주식의 경우 연내, 국내주식은 내년 3분기 중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국내 주식은 상법에 명시된 '하나의 주식을 여러 개로 쪼갤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온주'로 거래돼 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완전한 소수단위 거래'가 이뤄지려면 상법과 자본시장법을 모두 개정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일단 금융당국은 신탁제도를 활용해 여러 개의 수익증권으로 분할 발행하는 방식으로 소수단위 거래를 허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르면 증권사는 투자자의 소수단위 주식주문을 취합해 온주로 만들어 증권사 명의로 호가를 제출하게 된다.
신탁제도 방식으론 실시간 소수점거래가 원리상 불가능하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최대 소수점 이하 6자리까지 소수단위 거래가 가능해 투자부담 경감과 포트폴리오 다양화가 기대된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수점거래는 주가 수준과 상관없이 작은 금액으로도 주식 매매가 가능하다"며 "고가 주식에 대한 투자 접근성을 크게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 간 MTS 경쟁도 본격화 할 전망이다. 이미 국내 증권사 가운데 12곳이 소수점거래 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이 새로 짜이는 만큼 중소형 증권사와 핀테크사에게도 기회의 장이 열렸다는 평가다.
한국판 '로빈후드' 신화가 나올지도 관심이다. 관건은 젊은 층을 겨냥한 '진입장벽 낮추기'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는 올해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한 5억6500만달러를 기록했다.
로빈후드 성공의 두 키워드는 '재미'와 '접근성'이다. 로빈후드는 게임을 하는 듯한 유저 인터페이스(UI)와 소수점 단위로 주식을 살 수 있도록 주식 분할거래 기법을 도입하며 MZ세대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올해 기준 로빈후드의 평균 사용자 연령은 31세, 중위 잔액은 240달러에 그칠 정도로 소액이었다.
로빈후드의 성공 신화에 국내 증권사들도 전략을 바꾸고 있다. MTS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간소화 하는 방향으로 자세를 바꿨다.
삼성증권은 지난 6월 기존 MTS 대비 메뉴 80% 이상을 없앤 'O2(오늘의투자)'를 선보였다. KB증권은 지난달 기존 MTS인 'M-able(마블)'에서 기능을 간소화한 마블미니를 선보였다. 마블미니는 3주 만에 10만 다운로드 이끌어내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가 먼저 시행되는 만큼 소수 거래 투자자들을 먼저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은 규제 특례사업 허가로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먼저 제공하며 경쟁에서 한 발 앞서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젊은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소수점단위로 해외주식을 중개하는 게 결정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