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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 밉보인 공수처, 윤석열 수사로 반전 꾀하나


입력 2021.09.10 05:05 수정 2021.09.10 15:49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조희연 수사 "설립취지 어긋난다" 여권 비난 쇄도…尹수사 터닝포인트 될까

고발장 접수 이틀만에 고발인 조사…시민단체 "직접수사 의지 보였다"

윤석열 잇단 악재에 입지 축소…'대선 유력후보 수사' 정치적 부담 덜어

법조계 "고발장 접수 명분으로 수사 착수 가능…존재감 증명 나설 듯"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사진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데일리안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검찰이 야당 의원에게 여권 정치인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직접수사 여부와 시점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특채 의혹을 수사하면서 여권의 거센 질타를 받았던 공수처는 윤 전 총장 수사로 여권의 신뢰회복을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는 지난 8일 '윤 전 총장 고발 사주 의혹' 고발장을 낸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김한메 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2시간가량 조사를 벌였다.


공수처는 해당 의혹에 대해 정식 수사에 착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고발장이 접수된 지 불과 이틀 만에 수사의 첫 단계로 꼽히는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직접 수사에 대한 의욕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한메 대표는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공수처에 고발장을 여러번 냈는데 이틀 만에 조사를 한 것은 처음으로 이번 사안을 긴급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공수처 요청에 따라 국가공무원법에 대한 고발 부분을 취하했는데,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직접 수사하겠다는 의지가 보였다"고 밝혔다.


김숙정 수사 3부 검사가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 점도 수사 착수에 무게를 뒀다는 해석이다. 현재 김 검사는 윤 전 총장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수사 방해 의혹'을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같은 날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윤 전 총장 수사 본격화를 시사했다.


윤 전 총장에게 각종 악재가 잇따르는 점도 공수처로서는 호재다. 지난 6월 공수처가 모해위증 교사 수사 방해 의혹으로 윤 전 총장을 입건한 사실이 알려지자 각계는 '수사기관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다' 며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공수처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며 공수처 폐지를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3개월 동안 윤 전 총장과 일가에 대한 각종 부정 의혹이 떠오르면서 윤 전 총장을 겨냥한 수사들에 반발 여론이 시들해졌다. 대선 출마선언 직후 고점을 찍었던 윤 전 총장의 지지율도 하락세로 돌아서 수사를 벌이는 데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됐다는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무엇보다 여권의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도 정식수사 결정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고발이 접수된 공수처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빠른 수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개혁국민운동본부 등 20개 시민단체들도 지난 8일 공수처에 윤 전 총장 고발장을 거듭 제출했다. 조 교육감 수사로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 "존재 기반이 흔들린다"며 여권의 거센 비난을 받았던 공수처가 이번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인 박인환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고발장이 접수되면 원칙적으로 조사를 벌여야 하고, 고발장 접수를 하고도 수사를 안 하면 '왜 수사를 안 하느냐'는 비판을 받는다"며 "공수처는 사건이 고발됐다는 원칙론과 여론의 의혹 제기를 명분으로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법조계 전문가는 "여권은 검찰 권력을 견제하라는 취지로 무리수를 둬가며 공수처를 만들었지만, 그간 공수처의 행보는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이 사실"이라며 "거대 검찰 권력의 상징성이 있는 윤 전 총장을 수사해 존재감을 증명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대검 감찰부는 고발사주 의혹 관련해 문제의 고발장 작성 주체와 전달 경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검찰은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수사를 벌일 수 있으며, 그밖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와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는 공수처법에 따라 공수처가 수사권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혐의마다 관할이 다른 탓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과 공수처 양 기관이 동시에 수사를 벌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8일 고발 사주 의혹 관련 법무부의 대응에 대해 "대여섯 가지 죄목에 대해 각각의 수사 주체가 어떻게 되는지를 살펴봤다"고 언급했다. 혐의별로 대검과 공수처 간 교통정리가 필요한 부분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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