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그룹 채무보증 55조 돌파
기업 자금력 약화 충격파에 '촉각'
국내 4대 금융그룹이 고객의 빚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대신 책임지겠다고 보증한 금액이 올해 들어서만 5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55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채무보증은 개인보다 주로 기업이 대상인데, 최근 관련 차주의 연체가 늘기 시작하면서 긴장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금융사가 수수료를 벌기 위해 무리하게 보증을 확대하다 자칫 금융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개 금융그룹이 보유한 확정·미확정 채무보증은 총 55조111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4조5117억원에 달하는 증가폭이다.
채무보증은 표현 그대로 보증을 해준 고객이 돈을 갚지 못하게 됐을 때 금융사가 이를 대신해 상환해주겠다고 약속한 돈을 의미한다. 은행 등 금융사는 주로 신용장 거래를 비롯한 각종 무역거래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차입하려는 기업이 담보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급보증을 내 준다. 관련 거래에 문제가 생기거나 기업이 부도를 냈을 경우 지급보증을 한 금융사가 돈을 변제하게 된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우선 하나금융의 채무보증이 17조856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2.7% 늘며 최대를 나타냈다. 이어 신한금융의 채무보증이 15조1403억원으로 11.0% 증가하며 많은 편이었다. 우리금융 역시 12조3548억원으로, KB금융도 9조7596억원으로 각각 4.6%와 4.9%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수수료 욕심내다 소탐대실 우려
금융사가 채무보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수수료 수익이다. 별도의 자금을 동원하지 않고도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금융사에게 적잖은 메리트다. 그러나 보증인을 대신해 돈을 갚게 된 이후 담보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손실은 고스란히 금융사의 부담이 된다.
문제는 지급보증의 핵심 차주인 기업의 빚 상환 여력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국면이 예기치 못한 4차 대유행으로 접어드는 등 상황이 나빠지면서 기업의 자금력에도 균열이 가는 양상이다. 이렇게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기업이 늘수록 채무보증에 따른 금융권의 부담도 늘 수밖에 없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에서 1개월 이상 상환이 연체된 금액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조383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1.0%나 늘었다. 그 중에서도 채무보증의 핵심 고객인 대기업 대출 연체가 246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7.5% 급증한 현실은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기업대출의 건전성에 대한 염려도 확산되고 있는 만큼, 금융사로서는 채무보증을 과도하게 늘리기보다 리스크 관리에 좀 더 초점을 둘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