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손흥민, 우려대로 이라크와 경기서 저조한 경기력
소속팀 일정으로 이틀 전 귀국, 경기 내내 무거운 움직임
벤투는 ‘이상 없다’ 자신, 결국 이라크전 목표 달성 실패
몸 상태와 컨디션을 놓고 사령탑과 주장의 생각은 확연히 다른 듯 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서 0-0으로 비겼다.
1차전 홈경기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벤투호는 아쉽게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1을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에이스 손흥민의 부진이 다소 뼈아팠다. 소속팀 일정으로 뒤늦게 귀국한 손흥민은 지난달 31일 오후에야 대표팀에 합류했고, 이틀 만에 경기에 나서는 강행군을 펼쳤다.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시간도 1일 단 하루뿐이었다. 여독이 제대로 풀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과연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이런 우려에도 “선수들 컨디션은 모두 좋은 상태”라고 문제가 없음을 알렸는데 이는 바람에 그쳤다.
예상대로 이라크전에 나선 손흥민의 움직임은 다소 무거워보였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전반전에는 코너킥을 처리할 때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차차 경기력을 회복해 나간 손흥민은 후반전에는 간혹 번뜩이는 돌파로 반칙을 얻어내는 등 공격의 활로를 열어보려 했지만 끝내 유효슈팅 하나 기록하지 못하고 경기를 마쳤다.
손흥민은 경기 직후 중계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몸 상태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핑계다. 하지만 솔직히 이틀 전에 와서 잠을 잘 자고 경기를 치를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한 뒤 “유럽에서 경기를 하고 시차적인 부분에 있어 (잠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제대로 쉬지도 못한 손흥민이 토트넘서 보여줬던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애초 무리였다. 차라리 벤투 감독은 ‘손흥민은 누가 봐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신력을 발휘해주길 기대한다’라고 말했어야 했다. 정말 손흥민의 컨디션을 좋게 봤다면 이는 명백한 오판이다.
물론 어느 누가와도 감독이라면 당연히 손흥민을 쓰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 컨디션이 떨어져있다고 판단을 했다면 토트넘에서처럼 수비 부담이라도 줄여주기 위해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하는 전술적인 유연함을 보여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찌됐건 지나간 일은 빨리 잊어버려야 한다. 이라크전 무승부로 갈 길이 바빠진 벤투호는 오는 7일 열리는 레바논전까지 손흥민의 컨디션 회복에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