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경제정책 전면 부정 "원점 재검토"
文 부친의 친일 의혹도 추궁 이어가
정치철학과 정부관에서 '상극' 관계
"'내 삶 책임지겠다' 文, 뭘 책임졌나"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열린캠프'와 문재인정권 사이의 각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쌍방은 신상 문제 뿐만 아니라 정책 영역에 있어서까지 공방을 벌일 조짐이다. 한때의 임명권자를 공격한다는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벌떼 비난에도 최 전 원장이 현 정권 비판을 이어가는 것에는 기본적인 정치철학과 정부관의 차이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캠프에서 '마음껏 대한민국 경제살리기' 경제정책 비전발표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캠프 상황실장인 김영우 전 의원과 경제전문가 김종석 전 의원이 배석했다.
이날 발표에서 최재형 전 원장은 대통령이 된다면 취임 100일간 모든 정부규제를 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나아가 문재인정권의 임기 중에 신설·강화된 '불량 규제'를 중심으로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현 정권의 규제 일변도 경제정책을 향한 강력한 비판도 제기됐다. 최 전 원장은 "문재인정권의 잘못된 정책으로 자영업자·중소기업을 포함한 우리 기업들은 전대미문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문재인정권은 우리 경제와 기업의 어려움을 코로나 때문이라 하지만 한국 경제는 코로나 확산 이전부터 내리막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실패한 정책, 반시장적·반기업적 규제가 양산됐고 헌법이 보장한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와 창의는 무시됐다"며 "한국 경제의 경쟁력은 더없이 약화됐고 일자리 창출 능력은 바닥으로 떨어져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 앞에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개혁 대상인 규제의 대표 격으로도 현 정권이 신설한 규제가 거론됐다. 기업규제3법·임대차3법·업종과 업무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획일적 주52시간 근무제·지역의 물가수준을 감안하지 않은 최저임금제 등인데 모두 현 정권에서 신설·강화된 규제들이다.
최재형 전 원장은 "임대차3법과 관련된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가 (규제개혁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며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자기가 벌어서 장기저리로 갚을 수 있는데도 현금이 없어서 집을 구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자신의 소득범위 내에서 자기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을 열어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쯤 되면 현 정권 5년 간의 경제정책을 전면 부정하는 수준의 '선전포고'라는 관측이다. 현 정권이 실제로 경제 운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잘한 게 전혀 없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놓고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것은 적나라한 공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전 원장의 '열린캠프'는 현 정권과 신상 문제로도 날카로운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여권 일부 인사가 최재형 전 원장 조부의 행적에 문제를 제기하고 캠프 앞까지 몰려와 소란을 피우자, 최 전 원장 측은 그러한 기준이라면 문재인 대통령의 부친은 친일파인지 아닌지를 반문했다. 문 대통령의 부친 고 문용형 씨는 일제 치하 보통문관시험에 합격해 함경남도 흥남읍사무소에서 농업계장으로 재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흥남항은 함흥평야에서 수확된 쌀이 일본으로 반출되던 곳이었다.
이 점이 지적되자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최 후보 측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은 대선후보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임을 명심하라"고 으름장을 놓을 정도였다. 박 대변인은 "참고로 대통령의 부친은 1920년생으로 해방 당시 만 24세"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만 24세라 친일하기에는 지나치게 젊은 나이라는 취지의 해명으로 이해되지만, 여권 일각에서 끈질하게 친일 낙인을 찍었던 6·25 전쟁의 영웅 고 백선엽 장군이 1920년생으로 문 대통령 부친과 동갑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17년생으로 불과 세 살 위라는 것을 생각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재반론도 나온다.
이처럼 최재형 전 원장의 '열린캠프'와 현 정권 사이에 날이 설 수밖에 없는 이유에는 기본적인 정치철학과 정부관의 차이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현 정권은 실현가능성이나 실천 능력이 전혀 없더라도 일단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을 선호한다. 반면 최재형 전 원장은 정부가 국민의 삶을 전부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을 솔직하게 자인하고, 정부의 역할을 국민이 마음놓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한편 스스로의 책임으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를 부조하는 것으로 설정한다.
최 전 원장 '열린캠프'의 천하람 공보특보는 "과연 '내 삶을 책임지겠다'는 문재인정부는 지난 4년 국민의 삶을 책임져 왔느냐"며 "취업으로 고통받는 청년의 삶,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받는 자영업자의 삶, 전세난과 집값 급등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서민의 삶, 규제에 묶여 힘겨워하는 기업인의 삶을 과연 제대로 책임져 왔느냐"고 압박했다.
이어 "문재인정부는 지난 4년 동안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선의를 내세우면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각종 간섭과 규제, 통제로 가로막아왔다"며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격언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돼 있다"며 "국가는 모든 국민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지켜줄 의무가 있는 것이지, 행복 그 자체를 가져다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