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대어 '따상 난이도' 극악
청약자 '시세 차익' 메리트 없어
플래티어 등 '알짜배기' 더 몰려
기업공개(IPO) 슈퍼위크가 막바지다. 2주 동안 무려 11종목이 공모 청약에 나섰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만큼 투자자의 선택에도 관심이 모였다. 공모 청약 결과를 바탕으로 나타난 특징점을 살펴보고, 하반기 IPO를 전망해본다. <편집자주>
"안사요 안사"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이 달라졌다. 과거처럼 공모주라고 무조건 몰려가지 않는다. 최근 공모주 슈퍼위크 기간 동안 개인투자자는 청약할 종목을 영리하게 선별했다. 대어라고 예외는 없었다. 이번 슈퍼위크는 개미들에게 일종의 '경험치 이벤트'였던 셈이다.
개인들은 공모주의 덩치와 상관없이 향후 주가 전망 등을 살펴 청약에 나섰다. '고평가 논란' 종목은 가급적 청약을 피했다. 대신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알짜 종목은 주문을 아끼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IPO시장 대어급 기업들이 여전히 남아있고, 풍부한 시장 유동성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IPO시장 활황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슈퍼위크를 통해 개인투자자의 힘이 확인된 만큼 신규 상장을 앞둔 기업들의 눈치싸움이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 개인투자자 공모주 대어 '패싱'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8월 첫째주와 둘째주에 걸쳐 진행된 IPO 슈퍼위크는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등 대어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마치며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이달 들어 9종목이 공모주 청약을 마무리했으며, 이번주 2종목을 남겨두고 있다.
이 기간 모든 종목이 수요예측에서 공모희망가 밴드 상단을 찍으며 기관투자자의 참여는 이끌어냈지만 일반공모 청약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대어급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카카오뱅크는 일반청약에서 청약 증거금 58조3020억원을 모았다. 증거금만 놓고보면 흥행이지만, 통합 경쟁률은 182.7대 1에 머물렀다. 기대를 모았던 크래프톤도 일반청약에서 청약 증거금을 5조358억원 모으는데 그쳤다. 통합 경쟁률은 7.79대 1로 두 자리 수도 되지 않았다. 최근 IPO에 나선 예비상장사들이 네 자리 수 경쟁률을 기록한 것에 비해 저조한 성적이다.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각각 1732.83대 1과 243.15대 1이었다. 국내외 기관의 참여는 활발했지만 정작 개미들에게 외면 받은 셈이다. 상장 후 주가 상승의 한계가 명확해 청약을 꺼린 것으로 풀이된다. 높은 '따상 난이도'가 청약 메리트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따상에 실패했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37.69%(1만4700원) 높은 5만37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해 가격제한폭(29.98%)까지 오른 6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크래프톤은 상장 첫날 공모가 보다 11.03%(4만9500원) 낮은 44만8500원에 시초가를 형성 후 1.23% 오른 4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 골리앗 이긴 '알짜배기' 공모주
대어의 성적이 좋지는 못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공모주를 모두 외면한 건 아니다. 오히려 '알짜배기'는 대거 주문을 넣었다. 덩치는 작은데 증거금이 크래프톤 보다 몰린 종목도 다수 나왔다.
일반 청약을 마감한 종목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건 플래티어다. 플래티어는 249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증거금은 크래프톤 보다 많은 6조1846억원을 모았다. 공모가 기준 플래티어의 시가총액이 91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셈이다.
원티드랩도 1731대 1의 경쟁률과 5조5291억원의 증거금으로 '잭팟'을 터트렸다. 원티드랩의 시가총액은 1646억원으로 대어와 비교해 100분의 1 수준도 안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신규 상장 기업들의 업황과 전방 산업의 성장 모멘텀에 따라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는 일반 투자자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시장 안정을 위해 한번은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슈퍼위크 결산②]에서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