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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쓰겠다"…'인천 어린이집 집단학대' 공무원-원장 청탁 정황


입력 2021.08.08 05:15 수정 2021.08.08 00:18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학부모 모임 "담당 공무원과 원장 친밀한 관계…관리감독 제대로 못해"

인천 서구청 소속 공무원…포상 관련 청탁하고 선물도 받아

아동학대 방조 협의를 받는 어린이집 원장 A씨가 4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인천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장애아동 등 원생들을 상습 학대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은 가운데, 해당 어린이집을 관활하는 공무원이 과거에 원장에게 포상 관련 부탁을 하고 선물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가 해당 어린이집에 대해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의혹에 무게가 실린다.


피해 아동 학부모 모임은 인천 서구청 어린이집 담당 부서장이었던 A씨가 당시 어린이집 원장인 B씨와 연락을 주고받고 포상 관련 청탁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학부모 모임은 학대 어린이집과 관련한 피해 보상 청구 민사소송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자료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학부모 모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인천시장과 잘 아는 사이라고 해서 부탁하려고 한다"며 "대통령상이 내려왔는데 인천에서는 보육 관계자 1명에게 준다고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인천시장에게 자신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B씨에게 청탁했고, B씨는 "시장과 직접 통화는 어렵고 비서실장과 친구"라며 "얘기해보겠다"고 답했다.


A씨는 또 B씨로부터 선물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A씨와 통화하면서 선물 전달 방식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의 딸과 선물 등에 대해 얘기하다가 통화 말미에 "예쁘게 쓰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A씨는 B씨의 어린이집에서 상습적인 아동 학대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전화 통화에서 경찰 수사와 언론 보도 대응 방안 등을 이야기한 뒤 "최대한 혐의없음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 지난 1월 통화에서는 '자꾸 실망하게 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아동 학부모 모임은 "증거자료에는 B씨를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의 입김이 있었다는 내용도 있다"며 "담당 부서 간부와 원장이 친밀한 관계이다 보니 어린이집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검찰에 관련 내용을 진정서로 제출했다.


A씨는 이와 관련해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상과 관련해 B씨와 통화한 적은 있으나 상을 받지는 못했다"며 "아동학대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일 때 통화 내용은 학대 행위가 경미한 줄 알고 말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는 이어 "받은 선물은 스카프로 1만원 미만 수준이며 딸을 통해 돌려주려고 했으나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B씨는 A씨와의 통화 내용에 대해 "너무 오래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B씨가 원장으로 있었던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6명은 지난해 10월 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장애아동을 포함한 원생 10명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단독 범행과 공동 범행을 합쳐 모두 263차례 폭행 등 학대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언어·발달 장애가 있는 한 5살 원생은 2개월 동안 자신의 담임 교사로부터 모두 115차례 학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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