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아이유→백현 연기력 논란
후반부 탄탄한 전개로 뒤집은 평가
<편집자 주> 유튜브부터 각종 OTT 서비스까지, 원한다면 언제든 손쉽게 드라마 재시청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시대를 잘못 타고나서 또는 경쟁작이 너무 치열해서. 당시에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며 ‘망드’라는 수식어를 얻었지만, 지금 다시 보면 더 좋을 숨은 명작들을 찾아드립니다.
지난 2016년 방송된 SBS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는 고려 태조 이후 황권 경쟁 한복판에 서게 되는 황자들과 개기일식 날, 고려 소녀 해수의 몸에 들어간 현대 여성 고하진(아이유 분)의 사랑과 우정 이야기를 담은 퓨전 사극이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비롯해 ‘아이리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등을 연출한 김규태 PD와 배우 이준기, 아이유, 강하늘, 홍종현, 남주혁, 지수, 백현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당시 경쟁작이었던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은 1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었고, MBC ‘몬스터’도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었다. 후발 주자였던 ‘달의 연인’은 6% 내외의 낮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후반부 ‘구르미 그린 달빛’이 종영하고, 이야기도 탄력을 받으면서 시청률 반등을 이루기는 했지만 150억대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 기대하던 성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 말 많고, 탈 많았던 초반 ‘달의 연인’
황자들로 나온 신인 배우들이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며 ‘달의 연인’은 초반 시청자들을 사로잡지 못했다. 10황자 왕은으로 분한 그룹 엑소 멤버 백현을 향한 비판이 가장 컸다. 다소 무거운 드라마 분위기를 재기발랄한 성격으로 환기시키는 감초 역할을 맡았지만, 지나치게 붕 뜬 톤으로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당시에는 신인이었던 남주혁과 지수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주혁은 교과서를 읽는 듯한 딱딱한 말투로, 지수 역시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 현대적인 톤으로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다.
현대에서 과거로 가게 된 해수 역의 아이유 또한 설정에 맞게 가벼운 말투를 사용했지만, 초반까지는 시대적 배경과 어울리지 않아 어색하다는 평가를 들어야 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편안해진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 황실의 세력 다툼이 긴장감 넘치게 그려지면서 몰입도를 높였었다. 왕욱(강하늘 분)과 왕소(이준기 분)와 해수의 삼각관계도 애틋하게 담기면서 로맨스 퓨전 사극의 매력이 제대로 드러나기도 했다.
마니아들의 중심으로 시즌2에 대한 요구도 나왔다. 피의 군주가 된 황소의 곁에는 이제 아무도 남지 않았고, 홀로 쓸쓸하게 황궁을 지키며 해수를 그리워하는 그의 모습이 여운을 남겼었다. 결말을 열어둔 것도 다음 이야기를 기대케 하는 요인이었다. 현대로 돌아오며 기억을 잃은 해수 역시 고려 시대 그림을 보면서 추억을 되찾는 모습이 담겼으며, 왕소는 “너와 나의 세계가 같지 않다면 내가 널 찾아가겠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초반 혹평을 뒤집고, 마니아층을 만들어낼 만큼 탄탄한 전개를 보여준 ‘달의 연인’이었기에 초반 신뢰를 잃은 논란들이 더욱 아쉽게 남았다.
◆ 사극 속 여주인공들이 달라진다…시의적절한 각색 인기
최근 생계형 보쌈꾼이 실수로 옹주를 보쌈하며 벌어지는 파란만장 인생 역전을 그린 MBN 퓨전 사극 ‘보쌈-운명을 훔치다’(이하 ‘보쌈’)가 MBN 드라마 사상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조선시대 풍습 ‘보쌈’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지금의 정서에 맞게 적절한 각색이 이뤄진 것이 호평 원인이었다. 특히 실수로 보쌈을 당한 수경 옹주(권유리 분)가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중심으로 생계형 보쌈꾼 바우(정일우 분)와의 애틋한 로맨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궁중 암투 등이 흥미롭게 펼쳐졌다.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철인왕후’의 김소용(신혜선 분) 역시도 정통 사극이었다면 볼 수 없었을 새로운 재미로 퓨전 사극의 매력을 전한 바 있다. 불의의 사고로 대한민국 허세남의 영혼이 깃들어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 김소용과 임금 철종(김정현 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드라마에서 김소용의 터프하고 거침없는 면모가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내며 재미를 선사했었다.
‘달의 연인’ 해수 역시도 이들의 매력에 뒤지지 않는다. 해수 특유의 소신 있고 강단 있는 매력에 푹 빠진 황자들과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과정이 ‘달의 연인’의 또 다른 재미였던 것이다. 새로운 매력의 퓨전 사극을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 적역일 ‘달의 연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