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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은행 연금신탁, 7조5천억 노후자금 '기로'


입력 2021.08.03 06:00 수정 2021.08.02 11:1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4대銀 상품 절반, 수익률 '마이너스'

기존 고객들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

은행 연금저축신탁 중 마이너스 수익률 상품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들이 판매했던 연금저축신탁 가운데 절반은 올해 들어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도 낮은 수익률로 논란이 됐던 연금저축신탁은 더 이상 팔리지 않는 상품이 됐지만, 여전히 7조5000억원이 넘는 노후 자금이 담겨 있는 실정이다.


은행들이 연금저축신탁 대신 판매하고 있는 새로운 퇴직연금의 수익률에만 신경을 쓰면서 기존 고객들이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들에서 판매됐던 21개 연금저축신탁 상품들의 개별 잔액을 가중해 계산한 평균 수익률은 올해 상반기 기준 0.37%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기간 전체 연금저축신탁 중 반이 넘는 11개 상품의 수익률이 0%에도 미치지 못했다. 상품별로 보면 농협은행의 '연금저축신탁 채권형1호'의 수익률이 -0.63%로 최저를 나타냈다. 같은 은행의 웰빙라이프 채권형1호(-0.52%)와 웰빙라이프 안정형1호(-0.36%), 연금저축신탁 안정형1호(-0.29%) 등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했다.


이밖에 ▲하나은행 연금저축신탁 채권형1호(구 서울은행)(-0.34%) ▲신한은행 연금(저축)신탁 채권형 1호(-0.16%) ▲신한은행 CHB연금신탁B-1(-0.14%) ▲국민은행 연금저축신탁 제1호(구 국민)(-0.09%) ▲국민은행 연금저축신탁 제1호(구 주택)(-0.09%) ▲우리은행 연금신탁 채권형(-0.07%) ▲하나은행 연금저축신탁 채권형1호(구 하나은행)(-0.04%) 등의 수익률이 0%대 미만을 나타냈다.


연금저축신탁은 고객이 은행에게 자산을 맡기고 운용을 위탁한 뒤 가입 5년이 지나거나 만 55세가 넘으면 연금 형태로 돈을 돌려받는 투자 상품이다. 10%가 넘는 세제 혜택으로 주목을 받으며 2001년부터 2017년까지 판매됐다. 하지만 보수적 투자로 인한 낮은 수익률이 도마에 오르면서 2018년부터 판매가 중단됐다.


◆잘 나가는 퇴직연금과 '대조'


5대 은행들의 연금저축신탁에 묻혀 있는 고객들의 은퇴 자금은 올해 상반기 말에도 여전히 7조5997억에 이른다. 창구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지금도 많은 가입자들이 수익률 하락에 따른 악영향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연금저축신탁 수익률이 맥을 추지 못하는 이유는 채권에 지나치게 쏠린 자산 구조 탓이다. 이 때문에 최근 주식 시장의 호황도 연금저축신탁에는 별다른 호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연금저축신탁의 대체재로 판매되고 있는 퇴직연금 상품들의 경우 증시 열기에 힘입어 수익률이 대폭 개선된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로 2019년까지만 해도 1%대에 그쳤던 은행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올해 들어 3%대 중반까지 올라섰다.


다행히 원금 보장 기능이 있는 연금저축신탁의 특성상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찍더라도 가입자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노후 자산 확대를 기대했던 소비자들 입장에서 낮은 수익률은 분명 불만 요소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진 연금저축신탁을 주고 은행들이 퇴직연금만큼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수익률 문제가 더욱 커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퇴직연금과 마찬가지로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연금저축신탁에 돈을 넣은 소비자들로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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