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호주, '실적배당'…수익률 8%↑
영국·일본, 펀드 중심 안정적 운용
"각국 참고 실정 맞는 제도 찾아야"
해외선진국들은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면서 수익률 증대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각국 상황에 맞는 선택지를 추가한 상품들이 대부분인 만큼 국내에서도 제도 도입에 앞서 상황에 맞는 모델을 미리 시험해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 국내 모든 금융회사의 퇴직연금 평균수익률은 1.86%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2016년 1.58% ▲2017년 1.88% ▲2018년 1.01% ▲2019년 2.25% ▲2020년 2.58% 등을 기록했다. 국내 퇴직연금 자산이 2016년 147조원에서 지난해 말 255조5000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난 것에 비해 수익률이 증가폭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와 함께 현재 국내에서 운용지시가 내려지지 않은 퇴직연금 자산은 212조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퇴직연금 가입자 중 83%에 달하는 인원이 1년 넘게 상품에 무관심했다는 의미다. 증권업계에서 도입을 원하고 있는 디폴트옵션은 이 212조원에 해당하는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의미다. 특히 증권업계에서는 디폴트옵션을 도입해 수익률을 높인 미국과 호주 등 선진국 사례를 들면서 실적배당형 구조로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20개 국가 가운데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나라는 16개국에 달했다. 현재 디폴트옵션 제도가 없는 국가는 한국, 에스토니아, 체코, 슬로바키아공화국 등 4개국이었다.
이 가운데 실적배당형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호주였다. 미국은 지난 1981년 퇴직연금 제도를 개편하면서 실적배당형 디폴트옵션을 처음 도입했다. 실적배당형은 운용실적에 따라 퇴직연금 만기 수익률이 달라지는 상품을 의미한다. 호주도 1992년 퇴직연금 개정안에 실적배당형 디폴트옵션 제도를 편입했다. 이에 두 국가의 2013~2019년 동안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각각 8.87%와 9.49%를 기록했다. 국내 평균수익률을 크게 상회하는 기록이다.
하지만 은행·보험업계에서는 영국이나 일본이 채택하고 있는 라이프사이클형이나 원리금보장형이 추가된 제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은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면서 투자위험 분산을 위해 정부가 사전에 지정한 '디폴트펀드'로 운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아울러 은퇴할 때까지 생애주기에 따라 따라 투자위험 비중 등을 조절해 자산을 배분하는 '라이프스타일 펀드'를 선택 가능 옵션에 추가했다. 일본은 현재 디폴트옵션에 실적배당형과 원리금보장형도 추가한 국가다. 그 결과 전체 자금의 75%가 원리금보장형으로 투자된 것으로 집계됐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행태경제학이나 금융시장과 관련한 재무이론적으로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디폴트옵션상품이 도입될 경우 다양한 장점이 있는 사례는 호주, 영국 등에서 찾을 수 있다"며 "국가별로 공사연금체계가 상이한 만큼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