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퇴직연금 디폴트옵션①] 증권업계 "연금부자 만들자"…공격적 투자 우선


입력 2021.07.26 07:00 수정 2021.07.23 13:57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2Q 증권 DC형 수익률 9.69% 기록

1년 새 8%p 늘며 타업권 격차 벌려

"전문가에 운용 맡겨 수익률 높여야"

2005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과 함께 도입된 국내 퇴직연금은 15년 만에 200조원이 넘는 높은 양적 성장세를 이뤄냈다. 하지만 수익률이 저조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과연 적절한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증권업계는 2019년부터 디폴트옵션 도입을 주장해왔지만 안정적인 운용을 중시하는 은행·보험업계의 반발에 번번히 법안 통과 문턱을 넘지 못했다. 디폴트옵션은 어떤 제도이며, 각 업계는 어떤 입장이길래 제도 도입을 두고 몇 년간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인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편집자주>


서울 여의도 소재 증권가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증권업계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하고 있다. 예금을 중심으로 원리금보장형까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면서 한 발짝 물러서더라도 디폴트옵션 도입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선 자산운용에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금융·증권사들이 휴면 퇴직연금 자산을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면 고객에게는 고수익을, 회사에는 수익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국내 14개 증권사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9.69%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4%보다 8.25%p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적립금 규모는 9조222억원에서 12조881억원으로 34.0%(3조659억원) 늘어났다. 원리금보장과 비보장형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DC형 상품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직접 운용자산을 선택하는 방식의 상품이다.


증권업계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은행·보험업계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 2분기 말 국내 17개 보험사의 DC형 수익률은 3.44%를 기록했다. 증권업계보다 6.25%p 낮은 수치다. 12개 은행의 DC형 수익률은 2.71%로 더 낮은 수준이다. 증권업계와의 격차는 6.98%p에 달했다.


증권업계는 이처럼 높은 수익률을 운용지시가 내려지지 않은 자산에도 동일하게 적용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몇 년 동안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의 도입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디폴트옵션은 DC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별도 적립금 운용 지시가 없으면 금융회사가 시장 상황 등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구성·운용하는 제도다.


ⓒ데일리안

하지만 디폴트옵션 도입 논의는 몇 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은행·보험업계가 퇴직연금은 노후대비를 위한 자산인 만큼 안정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이에 은행·보험업계는 투자자의 원금을 보전하는 '원리금 보장상품'도 디폴트옵션 구성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 업계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디폴트옵션 도입 내용이 포함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디폴트옵션 도입을 우선하려는 증권업계는 절충안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15일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익률 제고라는 본래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원리금 보장상품을 디폴트옵션 상품 유형에 포함시킨 법안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통과시켜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만약 원리금상품이 포함되면 디폴트옵션 도입 취지가 퇴색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우선 법안을 도입해서라도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도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운용지시가 지정되지 않은 212조원의 연금자산을 공격적으로 운용해 수익이 나게 된다면 고객들이 증권업계를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퇴직연금의 가장 큰 문제는 전문가가 운영하는 시스템이 아니어서 수익률이 낮다는 점"이라며 "비전문가인 개인은 어떤 상품을 언제 사야하는지와 목표수익률 설정을 전문적으로 판단하기 힘든 경우가 있는 만큼 디폴트옵션이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