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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외면·일왕 걱정·아베 불참…저주받은 올림픽 현실화


입력 2021.07.23 07:55 수정 2021.07.23 08:47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국민 반대 여론 속 도쿄올림픽 23일 개막...일왕 우려 표명

개회식 참석하는 내외빈 규모 대폭 축소...아베 전 총리도 불참

ⓒ Xinhua = 뉴시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 미뤄진 2020 도쿄올림픽이 23일 공식 개막한다.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막을 올리는 도쿄올림픽에는 북한기니를 제외한 204개국 등 1만 1000여명의 선수가 33개 종목에 걸린 339개의 금메달을 놓고 17일 동안 감동적인 승부를 벌인다. 대한민국은 최소 7개 금메달로 종합 10위 이내 진입을 노린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올림픽은 지구촌 축제이자 평화의 장이 되어야 하지만 도쿄올림픽은 그렇지 못하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논란 덩어리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참사를 겪은 일본의 아베 정권은 정치적·경제적 이익의 수단으로 삼은 도쿄올림픽을 통해 부흥과 재건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야심에 부풀어 올랐지만, 무서운 전파력의 코로나19에 막혀 모든 계획이 헝클어졌다. 오히려 도쿄는 저주받은 올림픽 도시로 세계인에게 각인될 우려가 커졌다.


전 경기의 96%가 무관중으로 ‘감동으로 하나 되다’(United by Emotion)라는 슬로건도 무색하게 됐다. 무관중 경기로 인한 손실액만 1조 3천억 원으로 추산된다. 전염병으로 인한 사상 초유의 올림픽 연기로 계산도 불가한 천문학적인 액수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고, 개막을 일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는 변이 바이러스 확대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일 확진자가 5000명에 육박한 가운데 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입에서 올림픽 진행 중에도 중단 또는 취소가 논의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만한 발언까지 나왔다.


취소론이 불거지자 스가 히데요시 총리가 진화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산 속 도쿄올림픽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올림픽을 취소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편하지만, 도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강행 의지를 밝혔다.


내각 출범 이후 최저 지지율의 성적표를 받아든 스가 총리는 "도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지만,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올림픽 개최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강하다.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아사히신문이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44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올해 개최 반대 응답이 55%로 나타났다.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도쿄올림픽에 대해 나루히토 일왕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 국면에서 국민 여론을 의식하며 도쿄올림픽 강행 기조와 거리를 뒀던 나루히토 일왕은 개막식에서 낭독할 도쿄올림픽 개회 선언에서 ‘축하’라는 표현을 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 22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바흐 위원장은 "일본 에게 위험을 가져오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을 일왕에게 다시 약속한다"고 말했지만, 일왕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과 일왕의 축하도 받지 못하게 된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할 내외빈도 950명에 그친다. 당초 계획에서 10분의 1로 축소된 규모다. 개회식 직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국가·국제기구 등 정상급 인사는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 등 대리인을 포함해도 15명에 불과한 수준이다. 2012 런던올림픽 80개국,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40개국에서 개회식을 찾은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아베 전 총리(왼쪽). ⓒ AP = 뉴시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마저 개회식에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전 총리는 2013년 IOC 총회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까지 했고, 리우올림픽 당시 슈퍼마리오 복장을 입고 나와 도쿄올림픽을 적극적으로 알린 인물이다.


개막식 공연 규모도 대폭 축소된다. 일본 내 올림픽 반대 여론을 의식해 축제 분위기의 화려하고 웅장한 공연도 없다. 기업들도 올림픽 마케팅에 소극적이다. 도쿄올림픽 최고 등급 후원사인 도요타도 올림픽 관련 TV 광고(사전 제작)를 하지 않는다. 우려 속에 강행되는 도쿄올림픽과 관련한 광고를 하는 것이 부정적 이미지를 더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심지어 경영진도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긴급사태 발령 중 치르는 올림픽이 코로나19 폭증에 불을 붙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아소 부총리의 '저주받은 올림픽' 발언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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