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법인지급결제 재부상 조짐
플랫폼사 경쟁구도 위해 필요성↑
금융투자업계의 숙원과제인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제도 시행에 가속도가 붙게될 전망이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최근 디폴트옵션 도입을 위해 원리금 보장상품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적극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다. 이는 기존 원리금보장 상품이 포함되면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기존 주장보다 한 발 물러선 것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는 금투협 입장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디폴트옵션 통과에 방점을 찍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원리금 보장상품을 포함하더라도 디폴트옵션 법안 통과가 급선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폴트옵션 법안과 맞물려 몇년 전 업계의 화두였던 법인지급결제도 역시 재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어 이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 경쟁에 나서면서 지난 몇 년간 수면아래에 있던 법인지급결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법인지급결제는 지난 2017년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이 재임 시절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이보다 과거인 지난 2007년에 제정된 자본시장법에 이미 통과된 사안이다. 증권사도 법인·개인 모두 지급결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명시돼있지만 은행권의 반발에 부딪혀 좌초된 바 있다. 당시 증권사에 법인지급결제가 허용되지 않은 것은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10여년 뒤 황 전 회장이 금투업계에 법인지급결제 필요성에 대해 적극 나섰지만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당시엔 황 전 협회장과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이 당시 은행의 제한적 일임업 진출과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 진출 협의를 했지만 결국 증권사 법인지급결제는 좌절됐다. 이번 디폴트옵션이 통과되면 이와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법인지급결제가 다시 업계의 현안으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증권사는 법인지급결제가 막혀있는 대신 개인소액결제만 가능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회사들이 증권업 진출에 나서며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포트폴리오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디폴트옵션과 함께 법인지급결제가 가능해져야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증권사에 법인결제가 허용된다면 기업의 월급통장들을 증권사가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장점으로 부각된다.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에 적극 나서고 있는 금투업계의 사업 시너지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도 증권사들에 법인지급결제를 당장 허용한다고 해도 리스크면에서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퇴직연금 비즈니스에 더 유용하게 쓰일 뿐 아니라 비용이 줄고 고객유인 효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 확충이 잘 되어있다면 기술적으로나 지급결제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최근 업권별로 금융혁신이 이뤄지고 있는데 증권사에 법인지급결제를 굳이 막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지급결제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만큼 투자자들의 편의성 등을 고려하는 차원에서 증권사에 법인지급결제를 열어줘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