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률로 손보 빅3 위협
코로나 악재에도 설계사 대거 확충 강행군
메리츠화재의 장기보험 성장률이 올해 들어서도 두 자릿수 대를 기록하며 빅3 손해보험사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보험 영업에서만큼은 여전히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설계사 조직을 국내 최대 규모까지 늘린 공격적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판매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와중에도, 역설적 행보를 이어가는 메리츠화재의 실험에 보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메리츠화재가 장기보험에서 거둔 수입보험료는 2조7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메리츠화재의 장기보험 실적은 이제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3대 손보사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통상 보험사의 순위를 따지는 자산 기준으로 메리츠화재가 아직 손보업계 5위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분명 눈에 띄는 성적이다.
실제로 DB손보의 장기보험 수입보험료는 2조1932억원, 현대해상은 2조216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각각 6.1%와 5.7% 늘어나는데 그치며 메리츠화재와의 격차가 상당 폭 축소됐다. 삼성화재의 해당 실적은 2조6210억원으로 1위를 지키긴 했지만, 2.1% 역성장을 나타내며 부진한 모습이었다.
메리츠화재가 장기보험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화된 설계사 조직의 힘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질병보험과 상해보험, 운전자보험, 어린이보험 등과 같은 장기보험은 자동차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품 구조가 복잡한 탓에 대면 판매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이 보험설계사와 얼굴을 맞대길 꺼려하게 되면서 장기보험 영업에는 타격이 불가피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영업에 힘을 쏟아 왔다. 하지만 메리츠화재는 위기를 기회 삼아 설계사 조직 확대에 더욱 공을 들이면서 톡톡한 효과를 거두는 모양새다.
실제로 메리츠화재가 보유한 전속설계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만9739명으로 1년 전보다 16.9% 늘며 3만명에 육박했다. 같은 시점 손보업계 전체 전속설계사가 10만2552명인 것과 비교하면, 이들 10명 중 3명 가까이가 메리츠화재 소속이란 얘기다. 이는 손보업계는 물론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보다도 많은 인원이다.
◆경영 기초체력 강화 잰걸음
메리츠화재가 비대면 문화 확산에도 불구하고 설계사 영입에 공을 들이며 장기보험에 힘을 주고 있는 까닭은 역시 수익성 때문이다. 손보사 입장에서 장기보험은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자동차·실손보험보다 보험료 수입을 훨씬 키울 수 있다. 한 번 가입하면 보험료 납입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길다는 점은 손보사 입장에서 큰 메리트다.
메리츠화재의 움직임에 경쟁사들의 이목이 쏠리는 건 단순한 실적 개선 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장기보험 영업이 손보업계의 공통 숙제가 되고 있어서다.
2023년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기준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의 보험금 부채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요즘 보험업계가 자본 확충과 더불어 이익 확장에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을 쓰고 있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비대면 열풍으로 대면 조직을 키우기 쉽지 않은 여건에서도 보험설계사를 크게 늘리며 확실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메리츠화재의 사례는 경쟁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