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손보사 사업비율, 3년여 만에 최저
경쟁 완화 속 설계사 수당 제한 '시너지'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고객을 늘리기 위해 쓰고 있는 사업비 씀씀이가 3년여 만에 가장 적은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보험을 둘러싼 과열 경쟁이 잦아드는 가운데 설계사들에 대한 상품 판매 인센티브를 제한하는 이른바 1200% 룰까지 시행되면서, 손해보험업계로서는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모습이다.
여기에 저마다의 비용 절감 노력까지 더해지면서,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손보사들의 실적 개선에 더욱 속도가 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10대 손보사들의 순사업비율은 평균 21.3%로 전년 동기 대비 2.0%p 낮아지며, 2017년 말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순사업비율은 손보사들의 보유보험료와 비교해 사업비가 얼마나 되는지를 수치화 한 지표다. 이 수치가 하락했다는 것은 그 만큼 보험사의 사업비 지출이 축소됐다는 의미다.
빅3 대형 손보사들의 추이를 살펴보면 우선 시장 최대 사업자인 삼성화재의 순사업비율이 19.8%로 같은 기간 대비 1.4%p 떨어졌다. 현대해상의 해당 수치 역시 19.7%로 0.6%p 낮아졌다. 반면 DB손보의 순사업비율은 20.8%로 1.2%p 상승했다.
보험사의 사업비는 통상 상품 판매 경쟁이 심화할 때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고객 유치를 늘리기 위해서는 보험사가 직접 영업 활동에 보다 많은 돈을 투입하거나 혹은 보험설계사들에게 더 많은 판매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런 비용이 모두 사업비로 잡히기 때문이다.
손보업계에서는 장기보험을 둘러싼 경쟁이 완화되면서 사업비율이 낮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전까지 최근 몇 년간 질병보험과 상해보험, 운전자보험, 어린이보험 등 보험사의 수익성을 높여줄 수 있는 장기보험을 둘러싸고 영업전이 격화되면서 손보업계의 사업비는 함께 몸집을 불려오던 상황이었다.
특히 올해 본격 가동된 1200% 룰이 이런 흐름에 더욱 힘을 보태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보험사들이 설계사들에게 풀 수 있는 영업 인센티브에 제한이 생기면서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보험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첫 해 수수료를 특별수당을 포함해 월 보험료의 1200%로 한정했다.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한 보험사들의 과도한 인센티브 경쟁이 불완전판매를 부추기는 잠재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업비 절감, 실적 개선 '견인차'
손보사들의 사업비 절감은 곧바로 실적 개선의 견인차가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객들의 병원 방문과 교통량이 감소하면서 일시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린 측면도 있지만, 업계 전반의 사업비 축소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실제로 손보사들이 올해 1분기에 거둔 당기순이익은 1조31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5% 급증했다. 본업인 보험영업에서의 손실이 549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59.0%나 줄어든 영향이 컸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손보업계의 사업비 축소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보사들이 경영 내실화를 목표로 비용 감축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영업이 활성화되고 있어서다. 설계사를 거치지 않고 고객이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디지털 채널은 대면 창구에 비해 사업비가 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보험 시장 안정화와 설계사 수당 규제, 비대면 판매 확대 등 사업비적으로 유리한 요인들이 겹치면서 손보사들의 실적 개선 흐름은 계속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