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로 접어들며 읽었던 책, 풍경·맛에 대한 묘사에 끌려"
2019년 기준, 성인의 1년 독서량은 6권밖에 되지 않습니다. 2달에 겨우 1권을 읽는 셈입니다. 이에 스타들이 직접 북큐레이터가 되어 책을 추천하고, 대중의 독서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매개체로 나섭니다. 큐레이션 서점을 보면, 보통 책방지기의 취향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마찬가지로 ‘스타의 책’ 코너를 통해 스타들의 큐레이션 속에 묻어나는 취향과 관심사를 찾아보는 재미도 함께 느끼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오늘의 큐레이터 블락비 재효
◆오늘의 책 ‘무지개 곶의 찻집’ | 모리사와 아키오 | 샘터
◆‘무지개 곶의 찻집’은
일본 치바 현의 한적한 시골 마을, 해안 절벽 끝 작은 찻집.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며, 신비할 정도로 맛있는 커피와 손님에게 꼭 맞는 음악을 선사하는 찻집 주인 에쓰코가 있다. 화가였던 남편을 잃고 홀로 찻집을 꾸려가는 그녀는 이따금 창문 너머 바다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애잔히 기다리고 있다.
아내를 잃은 젊은 남성과 네 살배기 어린 딸, 취업난으로 진로를 고민 중인 청년,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침입한 도둑, 젊은 시절 활동했던 밴드와 다시 공연하는 꿈을 키워가는 에쓰코의 조카, 오랫동안 에쓰코에게 연정을 품었으나 명예퇴직을 앞두고도 결국 고백조차 못하고 떠나간 단골손님까지, 그들 모두는 인생이라는 파도에 휩쓸리다 우연히 ‘무지개 곶의 찻집’에 밀려와 에쓰코의 위로와 온기를 만나 새 삶을 마주하기 시작한다.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을 선택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고, 소중한 것을 잃어도 또 다른 무언가가 찾아온다고, 그러니, 다 괜찮을 거라고. 세상의 끝, ‘무지개 곶의 찻집’은 바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파는 곳, 나만을 위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만나는 곳이다.
◆왜 ‘무지개 곶의 찻집’을 추천하냐면
“세월이 흐르고 경험이 많아지면서, 책의 장르나 소재에 대한 선호도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10대 때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이라는 책이 굉장히 감명 깊게 읽었고, 그 내용이 20대까지도 늘 가슴에 남아있었어요. 글 속에 그려진 사회가 꽤 현실적이기도 했고, 끝으로 향할수록 작품 자체의 빌드업 그리고 과학 관련 내용들이 그 때의 제 머리 속에 깊게 각인될 만큼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오늘 추천해드릴 책은 ‘무지개 곶의 찻집’입니다. 이 책은 30대로 접어들면서 읽었던 책이에요. 요즘 들어 풍경이나 맛에 대한 작가의 묘사들이 끌리더라고요. 추상적이고 감성적인 내용을 만났을 때, 제 경험 안에서 나름의 그림을 그려가며 맛보는 글들에서 깊은 매력을 느꼈어요.”
◆감명 깊은 구절
“커피 한 잔을 타는 동안 내내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이렇게 속으로 염원해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커피가 맛있어진답니다.”
“아하하하. 정말입니까?”
나는 놀림을 받고도 즐거운 기분이 되어 호탕하게 웃었다.
“어머, 우스운 말로 들릴지 몰라도 정말인걸요? 거짓말 같다면 맛없어져라, 맛없어져라, 이렇게 염원하면서 만든 커피도 마셔볼래요?”
◆재효의 한줄 평
“제가 추천 드린 책 외에도, 여러 다양한 글을 접하며 자신의 입맛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껴보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