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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법 논란에도 정권과 친하면 무조건 한자리?…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치"


입력 2021.06.05 05:07 수정 2021.06.05 10:03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박범계·이용구·이성윤·김오수 '승진 가도' '거듭 중용'…정권 친하면 '만사형통'

법조계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볼 수 없었던 법치…도둑이 매를 들었다"

"이광철 비서관이 아직 자리 지키는 것 자체가 정권·대통령 차원에서의 법치 파괴"

(사진 왼쪽부터)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김오수 검찰총장 ⓒ데일리안

범법 행위로 수사를 받거나 피고인석에 오른 현직 법무부와 검찰 고위 인사들이 정권과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요직에 거듭 중용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법무부가 4일 발표한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보면, 예상대로 현 여권에 우호적인 성향으로 평가받는 검사들이 승진하거나 주요 보직에 기용됐다.


우선 김학의 전 차관 관련 수사 외압 의혹으로 기소된 피고인 신분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고, 후임 서울중앙지검장에는 박범계 장관을 보좌해온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보임됐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사건 수사에 무혐의 결정을 내린 대표적인 친여 인사, 김관정 서울 동부지검장도 수원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이 지검장은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헌정 사상 최초의 '피고인 중앙지검장'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하지만 정권 주요 인사들은 이 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고, 나아가 서울고검장으로 승진시키는 파격 인사까지 단행하면서 최초의 '피고인 서울고검장' 임명이라는 전례를 남기게 됐다.


앞서 김오수 검찰총장은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당시 범행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더라도 배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으로 수원지검의 서면 조사를 받았다. 주요사건 피의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에 임명된 것은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과 관련해 공동폭행 혐의로 법정에 서면서 헌정사상 최초 '피고인 법무부 장관'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권을 쥐고 있는 만큼 검찰이 법정 다툼이나 구형에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고 있는 현 정권의 부족한 법치 의식은, 이용구 전 법부무 차관 때 이미 절정을 이뤘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운전 중이던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이틀 뒤 택시기사에게 1000만원을 건네며 폭행 영상 제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문제의 영상을 보고도 "안 본 것으로 하자"며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다.


사건 당시 이 전 차관은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정권의 핵심 인물이었던 만큼 이성윤 지검장과 청와대에도 보고됐을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그런데도 이 전 차관이 법무부 차관직에 6개월이나 있었던 것은 정부가 사건을 '쉬쉬'하며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정권은 이들을 '검찰개혁의 적임자'라고 치켜세우며 여론의 비난을 물리치고 기어이 중용을 강행했다. 법조계에서는 개혁 대상이 개혁을 추진하는 '도둑이 매를 든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인 김종민 변호사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볼 수 없었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치"라며 "피고인 신분인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아직도 자리를 지키는 것 자체가 정권과 대통령 차원에서 법치를 파괴하고 잘못된 인사 관행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은 기소만 되더라도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유무죄 확정판결 여부를 떠나 누구보다도 엄격하게 법질서를 준수해야 할 법무부·검찰 고위 간부들이 범법 논란에도 중용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법을 다스리는 사람들이 스스로 법을 부정하는데, 어떤 국민이 법을 따르려고 하겠느냐"며 "그들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 정권과 친한 사람은 법을 좀 어겨도 괜찮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되고, 무죄 판결을 받으면 과연 공정한 재판이 이뤄졌느냐는 불신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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