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野 요구에 대해 답변 안해"
"백신 문제, '걱정말라'는 말만 해"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여야 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회동한 가운데 청와대와 야당이 민생현안에 대한 현격한 인식차를 확인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문 대통령과의 회동을 마친 뒤 "사안을 보는 인식이 일반 국민들이 가진 애타는 심정과는 상당히 괴리가 있단 느낌 받았다"고 밝혔다.
김 권한대행은 문 대통령을 만난 직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장 백신 문제만 하더라도 '걱정하지 말라' '안심해도 된다'는 말씀만 하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권한대행은 비공개 회담에서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과 부동산 세금 경감책 등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문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 참모로부터도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권한대행은 야권이 요구해온 △세종시 공무원·공공기관 특별공급 논란에 대한 국정조사 △코로나19 손실보상 소급적용 등도 거론했지만 "(문 대통령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상당히 설명도 하고 요구도 했는데 답변이 없는 사항들이 많았다"고 부연했다.
김 권한대행은 선거관리를 책임지는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여당 출신임을 지적하며 '인사 조치'를 요구했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특정정당 소속이라 불공정하게 선거관리된 것은 없지 않나"라며 "행안부·법무부 장관도 당적을 보유했다고 불공정할 수 있다는 건 기우"라고 답했다고 한다.
김 권한대행은 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대통령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의문점이 있는 행보를 보여왔다"며 "지난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 시장 선거가 있는 시점에 부산 가덕도를 방문해서 대규모 이벤트를 벌였다. 3년 전 울산시장 선거 때도 결코 중립을 지켰다고 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울산 선거와 관련한 직접적 언급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김 권한대행은 울산시장직을 맡고 있던 지난 2018년, 야당 후보로 지방선거에 출마해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후보(현 울산시장)와 맞붙어 낙선했다. 이후 김 권한대행은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로 알려진 송 시장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국민의당 "靑, 백신 우려를 정치공세로 폄하"
국민의당도 문 대통령이 "국민 우려와는 많이 동떨어져 계신다"는 평가를 내놨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회동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이 "코로나 대응, 방역 이외에 백신 수급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자신감을 갖고 계신다"며 "이미 충분한 물량 확보해 백신 스와프가 필요 없다는 말씀을 했다"고 밝혔다.
안 대변인은 안철수 대표가 "백신 확보가 먼저고, 어느 정도 어느 시점에 국민들이 백신을 맞게 될지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앞으로 백신 불안감은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안 대변인에 따르면, 청와대 인사들은 코로나19 방역 및 백신 관련 지적에 대해 '국민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정치공세보다 접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서둘러 달라'는 취지로 답변헸다고 한다.
안 대변인은 "백신 불투명에 관한 지적을 정치 공세로 폄하해버린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