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미일 보다 반응 수위 낮아…평소에도 많은 소통"
정부도 "中 적시 안한 것 높이 평가할 것" 우려 일축
中은 "외부 세력 간섭…언행 신중하라" 불쾌감 표출
청와대와 정부가 한미정상회담 이후 대중관계에 대한 우려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가 거론됐지만 '중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는 점, 역내 정세 안정의 중요성을 원론적인 수준에서 표명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은 "내정 간섭은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한미 정상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언급했다. 한미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가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우리 정부의 기조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해 온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안보와 경제 모두 무게추를 미국으로 기울였다고 해석됐다. 대만과 남중국해, 쿼드(Quad)는 모두 중국이 민감해 하는 사안으로, 이와 관련한 공동성명 문구는 한국이 미국의 '대중 견제' 의지를 일부 수용했다고 읽힐 수밖에 없어서다.
'한중 관계 악화' 우려가 커지자, 청와대는 중국과 소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반응 수위가 미일 정상회담 등 보다 낮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4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측은 외교부 등을 통해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와 관련해 필요한 소통을 해오고 있다"며 "정부의 입장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중 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발전하도록 하는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만 해역 관련 내용이 (공동성명에) 최초로 포함됐지만, 양안 관계의 특수성 감안하면서 역내 정세의 안정이 우리에게도 중요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고 원칙적 수준에서 포함한 것"이라며 "한중 간에 많이 소통해오고 있고, 중국이 발표하는 입장은 기존에 미일 정상회담 발표 후 중국 입장이나 여타국들에 대한 발표와 비교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중국과는 평소에도 많은 소통 기회 갖고 있다. 주한 중국대사관, 주중 한국대사관 통해 상시적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중국측의 입장은 외교부 대변인 발표 등을 통해 공개가 되고 있지만, 중국도 한국이 처한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발표된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명의의 공동성명에는 대만 문제 외에도 홍콩과 신장위구르, 티베트, 남중국해, 센카쿠열도 문제 등이 거론됐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중국의 내정을 거칠게 간섭하고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정부도 이와 관련한 우려를 일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같은 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우리 수출입의 90% 이상이 남중국해를 통과하게 돼 그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일반론적인 문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미일 정상 공동성명에는 중국을 적나라하게 적시했다. (한미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적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중국이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미일 정상회담에서 나왔던 중국 문제 관련 언급에 비하면 우리 정부가 훨씬 더 균형적으로 접근했다"며 "이런 점들을 중국도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중국의 반발은 거센 모습이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브리핑 도중 진행한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공동성명 내용에 우려를 표한다"며 "대만 문제는 순수한 중국 내정이다.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아울러 "관련 국가들은 대만 문제에서 언행을 신중해야 하며 불장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도 이날 한 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동성명에 직접적으로) 중국 말은 없지만 중국을 겨냥해서 하는 것을 우리는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미정상회담을) 아쉽게 봤다"고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임기 종료를 1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기에 한중 관계가 급격하게 얼어붙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중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나라로서는 최대의 교역 국가이고 한반도 평화 전진을 협력해야 할 관계"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공을 들여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도 당분간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 1월 26일 통화를 통해 시 주석의 방한을 위해 계속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가능한 많은 국가와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우리에게) 중요한 국가"라며 "원칙과 가치를 견지해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뜻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외교안보 근간이고 평화협력의 핵심축이다. 중국은 최대의 무역파트너이자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