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떠안고 있는 부채 규모가 역대 최고 수준까지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23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의 국제경제리뷰 보고서를 통해 중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방역 성공과 적극적인 부양책에 힘입어 주요국 대비 빠른 회복세를 보였으나, 기업부채는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6년 157.6%에서 2019년 151.9%로 낮아졌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162.3%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보고서는 중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이 주요국과 신흥국들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2016년 이후 정부 구조조정으로 둔화되던 기업부채 증가세가 코로나19 충격으로 다시 확대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중국 기업들의 자금조달은 은행 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국유기업 부채와 레버리지 규모가 민간 기업에 비해 높은 편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미국과의 갈등과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 약화로 당국 대출 지원이 늘어나면서 민간·소기업 부채도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대부분이 위안화 부채로, 외화부채는 양호한 수준이란 평이다.
보고서는 중국 기업들의 부동산 관련 투자가 늘어나면서 부동산 기업이 여타 부문보다 부채 수준이 높은 반면 수익성은 낮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규제가 강화되면서 일부 부동산 기업의 유동성 위험이 향후 확대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당국 유동성 지원으로 부채가 늘어나면서 한계기업 정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해석했다. 정부주도 구조조정이 더디게 진행되고 기업부실이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시스템에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염려다.
보고서는 "주요 기관들은 정부의 재정 여력 및 금융시스템 통제 능력 등에 비추어 볼 때 중국의 기업부채가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과잉투자가 조정되는 과정에서 중국경제 성장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기업 투자활동 둔화로 이어질 경우 중간재 비중이 큰 우리나라 대(對)중국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