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 재산정 위한 '원가분석'…오는 8월 중 완료 전망
'수수료 인하 명분찾기' 될라…규제없는 빅테크와 역차별 비판
카드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을 위한 원가분석 작업이 최근 본격화됐다. 소상공인 등 서민 비용 부담을 줄인다는 정부 기조 하에 이미 10여차례 이상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 인하를 받아들였던 카드사들은 추가 수수료 인하와 빅테크와의 '수수료 규제 역차별'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와 원가분석 컨설팅기관인 삼정KPMG, 전업 카드사 등 관계자 등은 이번 주부터 카드 수수료 책정을 위한 원가분석 작업에 돌입했다. 회계법인은 이르면 오는 8월까지 작업을 수행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소비자단체, 관계기관 등이 가맹점 적격비용 산정과 향후 3년 간 카드 수수료 체계 개편안을 논의하게 된다.
'원가분석 및 적격비용 산출 작업'은 카드사들의 자금조달비용과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거래승인·매입정산비용, 마케팅비용, 조정비용 등을 토대로 이뤄진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 가맹점이 카드결제시스템 유지를 위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적격비용)을 산출해 합리적인 카드수수료를 도출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 이후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수수료 재산정 작업이 사실상 정부 개입을 통한 '카드수수료 인하' 수순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2018년 당시에도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결제수수료)로는 더이상 수익성 확대를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추가 인하 여력이 없다고 읍소했고 카드노조 역시 생존권 위협에 따른 파업을 예고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 감소를 통해 추가 수수료 인하가 가능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수수료 인하를 끝내 관철시켰다.
카드업계는 이번 재조정 과정에서도 업계 현실과 무관하게 수수료 추가 인하가 강행되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저금리로 조달비용이 하락하고 영업·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 호실적을 거둔 것이 향후 수수료 추가 인하 여력의 명분이 될 수 있어서다.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매번 카드 수수료 인하 논의를 주요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우는 악재로 꼽힌다.
특히 올해에는 간편결제와 신용공여 탑재 등을 통해 결제시장을 빠르게 집어삼키고 있는 이 '빅테크'와의 역차별 문제도 주요 화두가 될 전망이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은 법률을 통해 규제를 받고 있지만 빅테크는 수수료 관련 규제가 없다. 이로 인해 현재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은 신용카드 기준 0.8~1.6%인 반면 네이버페이의 카드 기반 결제 수수료는 매출액 별로 1%~2.9%로 일선 카드사 수수료보다 높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상공인 부담 경감에 있어서 카드사들에 책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푸념이 나오는 실정이다. 또한 사실상 동일한 결제업무를 영위함에도 규제 자체에 차이가 있는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서도 한참 벗어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형평성 문제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미 원가 수준인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를 정부 압박에 따라 더 낮추게 될 경우 카드사는 2018년 그랬던 것처럼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포인트나 할인혜택, 무이자할부 같은 부가서비스를 줄여 비용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을 위협하는 가장 큰 부담이 '카드수수료'인지 여부도 선입견 없이 원점에서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