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휴면카드 총 1159만장…1년 만에 100만장 증가
개별사 중 롯데카드 168만장 '최대'…휴면카드 비중 14.6%
'휴면카드 자동해지' 폐지에 증가세…단발성 마케팅도 영향
1년이 넘도록 사용하지 않아 서랍 속에서 존재감을 잃은 휴면카드 규모가 1200만장에 육박했다. 카드사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쌓여만 가는 휴면카드에 따른 운용비용 부담에 휴면카드 줄이기에 고심하고 있지만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1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휴면카드(신용) 규모는 1159만장으로 전체 발급카드의 15.7%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1년 전인 작년 1분기와 비교해 100만장 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분기별 휴면카드 규모는 1분기 1064만장, 2분기 1068만장, 3분기 1107만장, 4분기 1145만장으로 그 증가세가 확연하다.
개별사 별로 살펴보면 국내 7개 전업 카드사(BC 제외) 중 휴면카드가 가장 많은 곳은 롯데카드(1분기 기준 164만장)로 나타났다. 휴면카드 비중 역시 작년 1분기 12.75%에서 2분기 11.98%로 잠시 줄어드는 듯 했으나 하반기(3분기 13.53%/4분기 14.07%)에 이어 올해 1분기 14.6%까지 치솟으며 3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KB국민카드(148만장)와 현대카드(122만장) 역시 휴면카드 규모 기준 상위권을 차지했다. 다만 대형 카드사 특성 상 전체 발급카드 규모에 휴면카드가 비례하고 있어 그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KB국민카드의 1분기 휴면카드 비중은 1년 전보다 0.71%p 증가한 9.86%, 현대카드는 전년 대비 0.32%p 증가한 7.9%로 집계됐다.
국내 휴면카드는 지난 2011년 당시 무려 3100만장을 웃돌 정도로 일상적인 편에 속했다. 당시 휴면카드 비중은 20% 수준으로 전체 신용카드 5장 중 1장은 휴면카드일 정도였다. 이에 금융당국이 ‘휴면카드 특별정리’ 기간을 정해 카드사 자율적으로 휴면카드를 정리하도록 지도했다. 또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카드를 자동해지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휴면카드 규모는 지난 2017년 799만장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급변한 카드산업 환경 변화가 휴면카드 규모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지속된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들의 경영 상 어려움이 현실화되자 금융당국은 지난 2019년 카드사 달래기 차원의 '카드사 경쟁력 강화 및 고비용 마케팅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1년 이상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해지했던 규제를 없애고 5년간 휴면카드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면서 그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졌다는 분석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휴면카드가 증가할수록 일종의 '매몰비용'인 운영비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기존에 확보한 고객은 광고 등을 통해 카드론과 같은 금융사업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무작정 없애기도 쉽지 않다. 또한 이미 레드오션인 결제시장에서 신규고객 유치가 쉽지 않은 가운데 고객유인 차원의 일회성 마케팅도 휴면카드 확대의 주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제 폐지로 휴면카드가 점차 쌓이면서 그 규모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카드사들도 당장 대표 카드상품 흥행 등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고객들이 일회성으로 새 카드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카드가 늘어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