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인텔 잇따른 투자 속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20조 투자 주목
상무장관 “반도체 최우선 사안...500억~1천억 민간 투자와 맞물려야”
미·중 경쟁 속 대응력 요구...글로벌 기업 총수 부재 아킬레스건 우려
미국 정부의 반도체 투자 요구가 점차 강도를 높여 가고 있어 20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결정을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인텔·TSMC 등 경쟁자들의 잇따른 투자 속에서 반도체가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오른 한·미 정상회담이 다음주로 다가오면서 삼성의 결정이 주목되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반도체가 주요 핵심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미국 현지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발표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미국 현지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하고 주 정부들과 협의를 진행해 왔다. 기존 생산시설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이 유력 후보지로 부상한 상태다.
사실 이번 투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신규 라인 증설로 검토해 오던 사안으로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과 기존 오스틴 공장 정전 사태 등 여러 이슈들이 맞물리며 투자 결정이 지연돼왔다.
그 와중에 차량용 제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졌고 전 세계 각국에서 국가 안보 이슈로까지 부상했다.
미국에서도 지난달 백악관 주관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하는 반도체 공급난 해소 방안 관련 온라인 화상 회의를 개최했다.
삼성전자·인텔·TSMC 등 19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초청한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기업들에게 현지 반도체 투자를 요청한 만큼 기업들이 어떻게든 응답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미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미국 인텔과 타이완 TSMC는 이러한 요청에 빠르게 화답하는 모양새다.
종합반도체 1위 업체 인텔은 애리조나주에 20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공장 두 곳을 짓기로 했고 미국 뉴멕시코주 공장의 생산 능력 제고를 위해 35억달러(약 4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파운드리업계 1위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하기로 한 파운드리 공장을 3년 내 5개를 추가로 늘려 최대 6개를 짓기로 하는 등 투자 확대를 선언했다.
삼성전자로서는 경쟁사들이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미국 현지 투자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투자 결정이 지연되면서 반도체 이슈 부상과 경쟁사들의 잇따른 투자 발표 상황과 맞물리게 된 것인데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미 백악관 회의에 직접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투자 요청을 받은 상황인만큼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현지 투자 발표가 이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미국에 '선물 보따리'를 내놓는다고 해도 이번 투자는 시작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어 부담은 여전할수 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가 국가 최우선 사안으로 꼽으면서 정부의 투자 계획이 민간 투자와 맞물려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CBS방송 인터뷰에서 반도체를 최우선 사안으로 꼽으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500억 달러 투자 계획이 민간의 500억∼1000억 달러 규모 투자와 맞물려야 한다고 밝혔다.
러만도 장관은 "특히 내가 초점을 둔 영역은 반도체 산업"이라며 "반도체는 미래 경제의 기본으로 최우선순위이고 우리가 공격적으로 다루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요구하는 500억 달러는 민간과 맞물려야 한다"며 "민간의 별도 500억 또는 1000억달러와 맞물리는 것이 나의 희망"이라고 답하며 민간의 추가 투자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러한 입장은 미국과 중국 모두를 주요 생산기지이자 시장으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를 더욱 깊은 고민에 빠뜨릴 수 밖에 없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두 국가 사이에서 균형잡힌 대응력이 요구되는 상황으로 자칫 양 대국의 반도체 패권주의 경쟁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로서는 당장 이번 파운드리 추가 투자 결정이 당면과제지만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도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수적인데 이를 갖춘 총수의 부재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