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불법 출금' 차규근·이규원 첫 공판준비기일부터 신경전
검찰 "공수처 유보부이첩 외부 효력 없어"
검찰 "피고 위법한 법 집행" vs 변호인 "대검·법무부 지시받은 것"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 의혹'으로 기소된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의 첫 재판이 열린 가운데, 검찰과 피고 양측이 사건의 기소 주체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선일)는 7일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이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본부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준비기일은 이 검사와 차 본부장이 2019년 3월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불법적으로 금지한 혐의에 대해 심리하기 위해 열렸으며,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 검사와 차 본부장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에 앞서 이 검사 측 변호사는 '기소권 주체가 누구인지 판단을 먼저 해달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대상인데 검찰이 기소해 공소기각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검찰의 기소가 적법하다고 본다"며 "검찰이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는데 공수처가 검찰에 재이첩하면서 검찰이 온전하게 사건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어 "공수처가 쓰는 '유보부 이첩' 용어는 법조계에 있던 용어가 아니고 공수처가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이 검사 사건을 공수처를 대리해 수사하는 게 아니라, 검찰이 가진 수사권을 가지고 수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행정기관인 공수처는 법규명령을 자체적으로 제정할 권한이 없다"며 "내부규칙일 뿐인 공수처 사무규칙은 대외적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4일 '공소권 유보부 이첩'에관한 내용을 담은 사건사무규칙을 공포했다. 판·검사 등이 포함된 사건의 경우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한 뒤에도 재이첩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공수처는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을 처음 검찰에 이첩할 때도 '기소시점에는 다시 공수처에 송치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재판부는 "공수처 기소권이 우선적인 것인지, 공수처가 기소권을 유보한채 재이첩할 수 있는지 등 쟁점을 검토하고, 공소제기의 적법성을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은 이날 이 검사의 '윤중천 보고서' 허위작성 및 유출혐의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공수처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앞서 지난 3월 검찰은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과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사건'을 각각 공수처에 이첩했다. 이에 공수처는 수사팀 구성 전이라는 이유로 전자는 검찰에 재이첩했으나, 후자는 처리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윤중천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사건은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과 불가분의 관계"라며 "이규원 피고인의 일련의 행위에 종합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반쪽 행위에 대해서만 평가가 이뤄지는 반쪽의 재판이 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검사 변호인은 "아직 피고인이 검찰이나 공수처에서 조사를 받지 않아 범죄사실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맞섰다.
한편 이 검사 측 변호인은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밝힌 뒤 "피고는 대검찰청 소속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로서 대검과 법무부 지시를 받아 업무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 본부장 측 변호인 역시 "당시 긴박한 상황에서 피고인들이 적법 절차를 준수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검사는 2019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으로 일할 당시,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기 위해 과거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번호로긴급출국금지 요청서를 작성하고, 사후 승인요청서에도 허위 내사 번호를 기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차 본부장은 이런 사정을 알고도 출금 요청을 승인한 혐의와 법무부 공무원들을 통해 177차례 김 전 차관의 개인정보 조회 내용을 보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이 검사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 근무하면서 김 전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를 만나 면담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특정 언론에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2차 공판준비기일은 내달 15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