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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쑥쑥 늘어나는 IRP적립금...“수수료 0원은 고민”


입력 2021.05.09 06:00 수정 2021.05.07 14:45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5대은행 1분기 IRP 적립금 24조 돌파

경품 내세우며 장기 가입자 유치전

수수료 인하, 운용 상품 다변화 등 검토

4대 시중은행 사옥 ⓒ 각 사 제공

은행들이 개인형 퇴직연금(IRP) 고객 모시기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증권사가 공격적으로 IRP 고객을 유치하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분기마다 은행권의 IRP 적립금과 수익률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최근 증시 호황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는 증권사로 개인형 IRP 자금이 빠져나가는 형국이다. 특히 증권사발 ‘IRP 수수료 0원’ 경쟁이 격화되며, 은행들의 고심이 깊다.


7일 국내 시중은행들의 IRP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자산 시장 급등으로 연금을 직접 운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확대되자 ‘알짜고객’ 사수전에 나선 것이다.


IRP는 가입자가 예금·펀드·채권 등 다양한 투자 상품을 선택해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퇴직연금 상품이다. 연간 1800만원까지 납입이 가능하고 최대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은행권 IRP 적립금은 지난해 매분기 평균 9%씩 급증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1분기 IRP 적립금은 24조145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0% 증가했다. 전체 퇴직연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4%로 같은기간 4%P 올랐다. 1분기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00조6403억원이다.


주식시장 호조에 수익률도 올랐다. 지난해 말 5대 은행의 평균 IRP 수익률(원리금 보장, 원리금 비보장형 합계)은 전년보다 0.6%P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는 평균 5%대를 기록하며, 하나은행의 경우 6.07%까지 치솟았다.


이에 은행들은 경품까지 등장시키며 가입자 확보에 총력을 펼치는 중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6월 말까지 IRP 신규·추가입금 고객을 대상으로 다이슨 공기청정기와 삼성전자 큐브 공기청정기 등을 제공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6월 말까지 IRP 가입자를 대상으로 LG스타일러, 다이슨 무선청소기 등을 경품으로 증정한다. 신한은행도 같은기간 커피 쿠폰, 백화점 모바일 상품권 등을 추첨을 통해 나눠준다.


하나은행은 앞서 지난달 IRP 고객을 대상으로 LG스타일러, 아이팟 프로 등의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그러나 최근 증권업계에서 운용 수수료를 100% 면제해주는 IRP 상품을 내세우면서, 은행의 IRP 고객 유치에 빨간불이 켜졌다. IRP 적립금 규모가 증권업계에서 1, 2위인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이 최근 IRP 계좌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한데 이어 유안타증권도 동참했다. NH투자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도 면제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높은 은행들은 난감하다. 증권사의 경우 펀드나 주식 등 원리금비보장형 상품이 주를 이루는 만큼, IRP 운용 수수료가 없어 상품 매매에서 수수료를 뗄 수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수수료를 떼주고 나면 남는것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수익률 또한 증권사가 안정적인 상품 위주로 운용하는 은행보다 훨씬 높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최근 1년간 IRP 수익률을 살펴보면, IRP 적립금 상위 1위인 한국투자증권은 30.20%를 차지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차증권도 각각 26.10%, 23.67%까지 늘었다. 반면 1위인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9.40%, 9.26%에 그쳤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원리금 비보장형을 선호하는 고개들의 증권사로의 이탈도 늘어나는 추세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대응방안을 검토중이다. 다만 직접적 수수료 인하는 어렵지 않겠냐는 분위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 중국 주식 시장이 호황을 이루며 고객들이 증권사로 이탈하고 있는데, 은행 IRP 상품은 대부분 예적금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자체 운용 수수료를 무료로 하기 어렵다”며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상품 구성 등 운용 방법을 다변화 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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