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새 검찰총장은 대통령 국정철학과 상관성 클 것" 발언 뭇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차기 총장 인선 기준으로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의 상관성'을 언급한 것을 놓고 비판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유념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2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면서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일부 언론이 지적하는 그러한 부분을 아주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박 장관은 "정치검찰의 탈피는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염원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리는 것 하나하나가 다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 더 길게 말씀드리진 않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23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는 길에서 차기 검찰총장 후보를 뽑기 위해 중점적으로 보는 기준 등을 묻자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으니 국정철학에 관한 상관성이 클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각계는 수사기관장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정치적 중립성'이라고 지적하며, 박 장관이 친정부 성향의 검찰총장 후보 추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박 장관의 말에) 제 귀를 의심했다. 장관이 생각하는 검찰개혁이 무엇인지 정말 우려스럽다"며 "말 잘 듣는 검찰을 원한다는 걸 장관이 너무 쿨하게 인정해버린 것 같아 당황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김도읍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차기 검찰총장에게 필요한 덕목은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상관성이 아니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고,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총장 인선 기준은 조직을 원활히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이 있고 정치적 중립성과 실력을 갖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장관은 이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에 포함될지 등 여부를 묻는 질문엔 "오늘부터 사실상 (절차가) 시작된다"며 "추천위원들에게 오늘 자료가 보내질 예정이고, 관심은 갖되 잘 논의되도록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지검장이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신청한 것에는 "법무부 외에서 진행되는 부분이라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다"며 "검찰총장 인사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거듭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29일 회의를 열어 후보군 압축에 나선다. 추천위는 검찰총장 후보자로 3명 이상을 박 장관에게 추천하며, 박 장관은 후보 중 1명을 선정해 문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 이르면 내달 새 총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