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설명 및 녹취상담으로 인한 고객 및 직원 피로도 쌓여
보험, 보험업법 통과 여부 및 위법계약해지권도 논란 여전
증권, 현장 업무량 부담 가중, 영업활동 위축 장기화 가능성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된지 한 달이 됐지만 각 업권에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여전히 혼선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애로사항 신속처리 시스템에는 최근 금소법과 관련된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각 업권에서는 금소법 시행 이후 영업점에서의 업무 부담이 늘었다고 토로한다. 상품 가입 절차가 다소 복잡해짐에 따라 고객 대기시간이 이전보다 크게 늘었고 직원들의 업무 피로도는 더욱 커진 상황이다. 현재 시행중인 금소법이 업권별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채 같은 규제가 적용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은행, 대기시간 증대로 고객 불만 고조...직원들 업무 피로도
은행권은 금소법 시행 초기부터 대기 시간 증대로 인해 고객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기존 업무 시간보다 3배 이상 걸렸던 초기보다는 나아졌지만, 일선 창구에서는 설명과 녹취상담에 따른 시간 증가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다만 비대면 서비스로 고객들을 유도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졌다.
A 은행 관계자는 “비대면으로는 5분만에 끝날 서비스들이 영업점에서는 설명서 교부 등 1시간도 넘게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시중은행들은 금소법 시행에 따라 중단됐던 비대면 서비스들을 다시 재개했다. 앞서 설명서 교부 등 금소법에 맞춰서 서비스 업데이트를 하느라 잠시 중단한 바 있다.
KB국민은행은 스마트텔러머신(STM) 입출금통장 신규서비스를 이달 말부터 제공키로 했다. 신한은행도 금소법 시행으로 중단됐던 인터넷뱅킹 일부대출상품 신청을 다시 받는다. 우리은행은 스마트 키오스크 일부 서비스를 이달 말 재개했다. 하나은행 등도 비대면 전용 상품 ‘하나온라인사장님 신용대출’, ‘플러스 모바일 보증부 대출’ 등 일부 중단했던 서비스를 이달 중 가동한다.
다만 현재까지는 공식적으로 금소법에 따른 고객 민원이나 블랙컨슈머 사례가 접수되지 않았다.
B 은행 관계자는 “금소법 초반보다 많이 익숙해졌으나 아직도 조율해야 할 부분들이 많지만 불완전 판매 위험확률이 줄었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했다.
각 은행들은 금소법 관련 개선사항은 영업점 설문을 통해 부문별로 서식, 전산개발, 상품, 영업지원 등 각 유관부서로부터 해당 건의된 내용을 공유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검토하며 모니터링을 진행환다는 계획이다.
◆보험, 제도적 불확실성 해소 촉구...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여부 주목
보험 영업 현장에서는 아직 금소법 시행을 둘러싸고 별다른 혼란은 감지되지 않고 있지만 제도적 불확실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 확산되는 분위기다.
가장 큰 이슈는 금소법 시행 이후 빠른 민원처리를 위해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이달 여당이 발의한 해당 개정안은 보험 민원·분쟁을 협회로 이관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보험업계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금감원은 이해충돌이 큰 사건에 집중하고, 상품 이의제기 등 간단한 민원은 협회에서 다루게 되며 업무 처리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들은 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회가 소비자 민원을 처리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소법 시행으로 도입된 위법계약해지권도 논쟁거리다. 위법계약해지권은 금융소비자가 계약 체결에 대한 위반사항을 인지한 날부터 1년 이내에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문제는 제도의 틀은 마련됐지만 구체적인 시행령이 미비해 실제 현장 적용 시 혼선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보험업계에서는 고객의 위법계약 해지 요구에 대비한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보험 상품별 환급금 계산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향후 민원을 처리할 때 분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 투자설명 의무 커져...영업활동 위축 우려 커져
증권업계는 금소법 시행에 따라 현장 업무량이 늘어난 상태다. 앞서 주가연계증권(ELS)과 사모펀드 사태를 겪으며 판매절차 시스템을 재정비한 영향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현장에선 상품을 판매하며 전보다 설명을 많이 해야 하고, 녹취할 부분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들은 이미 고령자 ELS 가입과 사모펀드 가입 등에 관해 세팅해 놓은 것이 있어 대응이 어렵지 않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으며 80세 이상 고령자 등 ELS·사모펀드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한 투자자 보호 체제를 구축해왔다. 녹취 시스템 등도 기본적으로 잘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입장에선 투자설명 의무가 무거워진 만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감독당국이 판매사의 처벌과 책임 강화를 강조하면서 영업 활동 위축이 장기화 될 것이란 우려도 잇따른다.
증권사 관계자는 “PB와 판매사가 책임져야 할 여지가 늘어나 상품 판매 부담이 커졌다”며 “본사도 PB 보호 차원에서 향후 영업점 직원들 교육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고, 본사 직원들 역시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