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 BC카드 사장, '無대본 토크콘서트' 이어 '호칭 파괴 실험' 진행
권길주 하나카드 사장, 매주 직원과 대화·현장 영업점 방문 행보 계속
카드사 수장으로 취임한지 한 달 남짓된 두 신임 사장의 소통 행보가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서열 대신 별명(닉네임)으로 호칭을 바꿔 부르거나 사장이 직접 발품을 팔아 일반 직원들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등 수평적 사내문화 만들기에 나란히 팔을 걷고 있어 이같은 움직임이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6일 취임 한 달을 맞는 최원석 BC카드 사장은 최근 사내에 닉네임 제도를 새롭게 도입했다. BC카드 창립기념일인 지난 7일부터 '김 과장', '이 대리'와 같은 직급 기반 호칭 대신 이른바 '닉네임'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직원 개인이 원하는 닉네임을 전산망에 등록하면 다른 직원이 이를 확인해 해당 호칭으로 부르는 방식이다. 최근 금융권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호칭 파괴 실험이다.
최원석 사장 본인은 '원스틴(Onestein)'이라는 닉네임을 등록하고 직원들에게 자신을 '사장님' 대신 '원스틴'으로 호칭해줄 것을 적극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스틴’은 최 사장의 이름인 '원석'에서 영어 'One(원)'과 독일어 'stein'(돌, 석(石))에서 따왔다는 것이 BC카드 측 설명이다.
취임 당일 최 사장 본인의 제안으로 온라인 SNS 생중계를 통해 진행된 토크 콘서트 '신임 CEO 원스틴(Onestein)과의 대화'에서도 그는 금융인의 상징인 정장 대신 편안한 니트 차림으로 등장했다. 최 사장은 이 자리에서 사전 질의서나 별도 대본 없이 채팅창을 통해 직원들에게 실시간 질문을 받아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에서부터 BC카드에 대한 평가, 향후 사업추진 계획 등을 가감없이 밝히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본격적으로 업무에 나선 지 열흘을 갓 넘긴 권길주 하나카드 사장도 '소통'에 방점을 둔 광폭행보에 나서고 있다. 권길주 사장은 취임 후 전 임직원에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소통' 청사진을 내놨다. 그 역시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수평적 소통문화를 위한 '별칭'을 사용하고 매주 2시간씩 직원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겠다는 구상이다. 권 사장은 "직급이 낮은 동료에게 우선권을 주고, 업무논의보다 고충상담이나 개인이슈 등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권 사장의 '현장 방문' 행보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권 사장은 다음 주 서울 영업점 릴레이 방문을 시작으로 대전과 충주 등 전국 하나카드 영업점을 직접 찾는다는 계획이다. 권 사장이 취임 첫날 직원들과 만나 "직원들의 업무고충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개선해 나가겠다. 직원들이 다니기 좋은 직장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만큼 일선 직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내부 조직문화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카드사 수장들이 이처럼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들고 나선 데에는 각 사가 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BC카드는 현재 수익성 악화를 타개할 적극적인 신사업 추진과 내부 변화가 절실하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높은 수익률 개선 성과를 이뤄냈지만 예상치 못한 전 CEO 논란으로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때문에 발빠른 체질 개선과 분위기 수습을 위해서라도 직원들 간 적극적인 소통과 응집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 수장들이 기존 관행 대신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먼저 직원들에게 격의없이 다가가려 노력한다는 점은 괄목할 만한 부분"이라면서도 "대표 개인 차원의 보여주기 식 리더십이 아닌 임원, 간부들과 직원들 간 실질적인 소통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만 기대한 수준의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