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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논란③] 文정부, IMF 성장률 큰 의미라더니…부채 관리 지침은 '외면'


입력 2021.04.15 07:00 수정 2021.04.15 01:15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IMF, D1~D4 입체적 관리 권고, 한국은 D1 적용

연금충당부채 D2 편입 논의, 文정부 들어 사라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뉴시스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IMF의 '국가부채 관리' 매뉴얼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대부분이 중앙·지방정부 부채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IMF 매뉴얼 'D2' 개념을 쓰는 반면 한국은 중앙·지방정부 부채인 'D1(국가채무)'을 쓴다. 나랏빚을 협소한 범위로 국한시켜 놓은 셈이다.


IMF가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릴 때는 이를 근거로 "한국경제가 선방하고 있다"고 축배를 든 정부가 IMF의 부채 관리 권고는 따르지 않는 행태는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IMF, D1~D4 입체적 관리 권고…한국은 D1만 적용


국제통화기금(IMF)은 재정통계매뉴얼(GFSM)을 따라 D1(중앙·지방정부 부채 및 기금), D2(비영리 공공기관 부채), D3(비금융 공기업 부채) 등에 입각해 각국 부채 규모를 작성해 보고토록 하고 있다. OECD 등 선진국들은 여기에 D4(사회보험·연금·보장제도 등)까지 적용해 부채 관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공공기관 부채는 2013년 말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시행 이후 2018년까지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2019년에는 전년 대비 21조원이 증가했다"며 "상당 부문 정부 업무를 대행하는 공기업·공공기관의 부채를 국가부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게 IMF 권고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만 유독 D2·D3·D4를 배제한 채 D1만 나랏빚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공기관과 공기업 비중이 높은 만큼 IMF 재정통계매뉴얼을 따라 공적부채에 D2~D4 개념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국가채무란 말은 한국만 쓰고 있는 개념"이라며 "기재부가 국가채무(현금주의)와 국가부채(발생주의)로 다른 표현을 썼지만 D2·D3에서 기금을 제외한 공공기관, 공기업 부채는 실질적으로 D1과 동등하게 나랏빚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태여 현금주의와 발생주의, 광의와 협의로 국가부채와 국가채무 개념를 나눈 건 부채 규모를 축소시키기 위한 눈속임으로 보여진다"고 해석했다.


◇ IMF "연금충당부채, 일반정부부채에 편입시켜야"


IMF는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 역시 국가부채 개념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 OECD 가입국 중 이를 따라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를 공공부문 부채로 계상하고 있는 나라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아이슬란드다.


IMF GFSM은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제도 충당부채는 정책 환경에 따라 급여가 조정되는 불확실성이 높아 일반정부 부채로 계상하지 않아야 한다' '반면 정부가 고용주로서 시행하는 직역연금의 충당부채는 일반정부부채에 포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연금충당부채를 공공부문 부채로 계상하는 나라가 4곳에 불과한 건 한국처럼 정부가 보증을 해서 공무원·군인 연금을 운영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해석"이라며 "특히 한국은 공무원·군인 연금 충당부채비중이 높아 IMF 권고를 따라 적극적으로 부채 관리에 나서야 하는 나라"라고 밝혔다.


공무원 연금 여의도 집회에 12만명 운집했다. ⓒ뉴시스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당장 갚아야 할 빚은 아니지만 매년 혈세를 투입해 보전하고 있어 미래 세대에 실질적인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3조원대였던 공무원·군인연금 적자는 2030년 9조원대, 2040년 15조원대까지 불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조 실장은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는 매년 4조원씩 정부 일반재정, 즉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관련법상 공무원 연금, 군인 연금에 적자나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책임을 진다고 못을 박아놓았으므로 당연히 이를 부채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연금충당부채 D2 편입 논의, 文정부 들어 사라졌다


과거 IMF 재정통계매뉴얼을 따라 D2~4를 국가부채 개념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은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논의가 수그러든 것으로도 전해졌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과거 정부 시절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를 IMF 재정통계매뉴얼상 D2(비영리 공공기관 부채) 개념에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었다"며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이런 논의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후 3년 동안 공무원 숫자를 9만명 넘게 증원할 정도로 국가의 공공부문 체계를 강화했다. 또한 공공기관·공기업 투자와 기틀을 잡는데 주력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의 D2 편입 논의를 미루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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