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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 최대 승자는 기호 0번 생태탕"…서울 도심 생태탕집들 연일 '북새통'


입력 2021.04.10 05:00 수정 2021.04.10 08:11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대중들이 일종의 놀이처럼 생태탕집 찾는 것"

"소비가 하나의 놀이가 된 것…생태탕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와 경험을 소비하고 싶은 심리"

9일 서울 광화문역 한 생태탕전문점에서 손님들이 생태탕을 먹고 있다.ⓒ데일리안

추운 겨울도 지났지만 서울 도심의 생태탕집들은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때아닌 '생태탕'이 선거전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도 생태탕집이 문정성시를 이루며 선거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 최대 승자는 오세훈 시장이 아니라 생태탕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9일 낮 12시쯤 서울 광화문역의 한 생태탕전문점에는 QR코드 체크를 기다리며 5m 가까운 대기 행렬이 생겨났다. 영업을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메인 홀에는 30여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 1호, 2호, 3호 방에도 거리두기를 지킨 상태에서 손님들로 가득 찼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닫아두었던 별채 문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활짝 열려 있었다.


전형환 사장(57)은 "오늘은 많이 오지 않은 편"이라면서 "평소 80명 정도 손님이 오는데 어제는 170명 정도 찾아와 평소보다 2배 더 많이 왔다"고 말했다. 15년 전에 왔던 손님이 요즘 생태탕이 화제가 되자 다시 먹으러 온 경우도 있었다. 또 전날 해당 가게를 찾은 한 남성 손님은 "내가 뭐 신었지? 페라가모! 내 옷이 뭐지? 흰 바지!"라는 농담을 했다고 전 사장은 전했다.


동갑내기 친구와 식당을 방문한 직장인 김모(35)씨는 "생태탕을 자주 먹는 편은 아닌데, 서울시장 선거에서 하도 '생태탕' '생태탕' 이야기를 하니 생각이 나서 먹으러 왔다"고 말했다. 생태탕 가게를 처음으로 방문한 안모(29)씨는 "16년 전 기억도 되돌려 준다기에 한번 먹어 보러 왔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이번 선거는 생태탕밖에 기억에 안 남는다. 이번 재보궐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기호 0번' 생태탕"이라고 말했다.


9일 서울 광화문역 한 생태탕전문점에서 끊고 있는 생태탕.ⓒ데일리안

이날 오전 11시 10분쯤 서울 중구 북창동 시청역 인근의 한 생태탕전문점에도 이른 오전부터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개장한 지 30분이 채 되지 않아 해당 가게의 1층 8개 테이블은 손님으로 꽉 찼다. 식당 직원은 2~3명씩 무리를 지어 들어오는 손님들을 2층으로 안내했고, 밀려드는 주문에 생태탕 냄비를 분주하게 옮겼다.


양현남(72) 사장은 "선거 때문에 많이 찾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선거에서 생태탕이 이슈가 되다 보니 단골 손님들 외에도 새로 저희 가게를 찾아오시는 손님들도 많이 있다. 이 분들은 검색을 통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들이 우스갯소리로 '선거 때문에 매출이 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34년 동안 생태탕전문점을 운영해온 이광조(51) 사장은 "오세훈 생태탕이 이슈라 찾아왔다고 손님들이 자주 말한다"면서 "생태탕이 이슈가 되면서 젊은 층 손님들이 더 많아지고, 예약 문의도 더 늘었다"고 밝혔다. 이 가게는 100인분의 생태탕만 판매하는데, 손님이 늘면서 평소보다 재료가 30분 정도 빨리 소진됐다.


생태탕 논란은 이번 선거 당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에서 시작됐다. 여당은 오 후보가 2005년 처가 소유의 내곡동 땅 측량에 참여했고, 서울시장 재임 기간 중 이 땅을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지정하는 데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 생태탕 식당 주인 측은 당시 오 후보가 백바지와 선글라스 차림으로 '생태탕' 집에 들렀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생태탕이 이번 선거에서 화제가 되면서 대중들이 일종의 놀이처럼 생태탕집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 교수도 "소비가 하나의 놀이와 비슷하게 됐다"면서 "사람들이 생태탕을 매개로 생태탕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와 경험을 소비하고 싶은 심리"라고 분석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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