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계약자산 136조까지 ‘점프’...역대 최고치
신한금투·현대차·한화투자 등 테마상품 개발
변동성 높은 장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랩어카운트’로 유입되고 있다. 투자금액 하향조정 등 진입 장벽이 낮아진 가운데 국내외 분산 투자하는 랩어카운트가 대안책으로 떠오른 것이다. 증권사들은 해외랩과 다양한 테마 상품 등을 출시하는 등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랩 계약자산은 136조479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 대비 3조9514억원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고치다. 1월 말 랩 고객 수는 179만3666명으로 전달보다 3만3865명 증가했다. 이는 2018년 1월 이후 월 단위 기준 가장 많이 늘어난 수준이다. 랩 고객 수는 지난해 1월 말 170만8442명으로 1년 만에 8만5224명 늘었다.
랩어카운트는 감싼다는 뜻의 영어 단어 ‘랩(wrap)’과 계좌를 의미하는 ‘어카운트(account)’가 결합된 말이다. 증권사가 투자자와 투자일임계약을 맺고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뜻한다. 지난 2010년 초 투자자문업계를 중심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지만 특정종목 편중으로 인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인기가 하락했다.
최근 랩어카운트의 특징은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해외펀드 등 투자처를 다각화했다는 점에 있다. 과거 1억원에 달했던 최소 가입 금액을 1000만원 이하로 낮춘 것도 신규 고객 가입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탄력적인 운용 방식이 부각되면서 증권사들은 다양한 랩어카운트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투자 관련 랩 상품과 5G·2차전지 등 테마형 랩 상품이 활발하게 출시되는 분위기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디에스자산운용과 손잡고 업계 최초로 ‘디에스 자문형랩’을 출시했다. 이 랩은 디에스자산운용 자문을 받아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랩서비스로 대형주와 우량 강소기업에 투자한다. 신성장동력 핵심산업인 2차전지, 5G 통신 및 우주항공, 콘텐츠와 빅데이터 관련 산업 등에 주로 투자한다. 15~20개의 압축 포트폴리오를 통해 집중적 매매를 하는 랩서비스다.
현대차증권은 지난달 해외주식 투자를 위한 맞춤식 자산관리계좌 4종을 출시했다. 나스닥 100 내 기술 가치주에 투자하는 ‘나스닥100 숨은 보석 발굴’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종목 내 초우량 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탑티어 혁신성장’ 랩 등이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EMP 투자와 채권투자상품도 함께 내놨다. 최소 가입금액은 1000만원부터 3000만원까지 선택가능하다.
금융공학 모델 기반으로 운용자산의 비중을 조절하는 한화투자증권의 랩 상품은 지난달 말 기준 누적 판매액 2000억원을 돌파했다. 한화 델타랩은 금융공학 모델을 기반으로 주식, ETF 등 운용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편입비를 조절한다. 서울대 수학박사 출신이자 주가연계증권(ELS)을 10년간 운용한 운용역이 ELS헤지 전략을 랩어카운트에 활용해 운용하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깜깜이’ 사모펀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이 랩어카운트의 수요 증가와 맞물렸다는 의견도 잇따른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랩어카운트는 계좌 확인으로 편입자산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사모펀드와 달리 운용 투명성이 보장된다는 게 투자자들에게 큰 장점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