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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유동성 역대 최악…금융지원 장기화 '그림자'


입력 2021.04.09 06:00 수정 2021.04.08 11:51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4대銀 평균 LCR 91.3%…1년 만에 15.3%P 급락

미봉책 규제 완화만 계속…연착륙 대안은 안갯속

국내 4대 시중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의 현금 유동성이 역대 최저 수준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 주도로 가동된 금융지원이 장기화하면서 자금 확보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이제는 은행들의 숨통을 잠시 틔워주기 위한 미봉책을 넘어, 코로나19 이후 연착륙을 고려한 위험 관리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들의 지난해 말 평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91.3%로, 전년 말 대비 15.3%p 급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은행의 LCR이 낮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유동성 위기에 취약해졌다는 의미다. LCR은 국채 등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의 최소 의무보유비율로,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은행 건전성 지표다. 금융위기 시 자금인출 사태 등 심각한 유동성 악화가 발생하더라도 은행이 당국의 지원 없이 30일 간 자체적으로 견딜 수 있도록 대비하라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신한은행의 LCR이 90.0%로 같은 기간 대비 16.1%p 낮아지며 최저를 기록했다. 하나은행 역시 91.3%로, 우리은행은 91.4%로 각각 15.8%p씩 해당 수치가 낮아졌다. 국민은행의 LCR도 13.3%p 떨어진 92.5%에 머물렀다.


은행들의 유동성 악화 배경에는 정부의 금융지원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 대해 은행들의 적극적인 자금지원을 요구하면서 유동성이 점점 메말라 가는 형국이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현재 은행들의 LCR은 규제 대상이다. 금융당국이 2019년부터 은행들을 상대로 100% 이상의 LCR 유지를 의무화하고 있어서다. 이런 기준대로라면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으로부터의 개선 권고와 함께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행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다만 정부가 일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면서 은행들은 제재를 피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유동성 규제에 막혀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나서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상반기부터 은행의 LCR 의무 준수 비율을 85%까지 낮춰 시행 중이다.


문제는 뾰족한 출구 전략 없이 시한부 규제 완화의 기한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LCR 의무 준수 비율을 올해 3월부터 이전 수준으로 돌릴 계획이었다. 그런데 은행들의 LCR이 회복되지 않자 규제 완화 적용 시점을 오는 9월까지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새롭게 주어진 반 년 가량의 시간 동안 은행들의 유동성이 다시 정상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기업과 가계의 자금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와중, 은행이 이를 상쇄할 만한 새로운 유동성 공급처를 찾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 금융지원에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이대로 대출을 계속 늘리게 되면 향후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난 뒤 금융권은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이전의 유동성 지표를 회복하기까지 코로나19를 겪은 기간보다 더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올 정도로 금융지원에 따른 부담이 큰 실정"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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