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등 자사주 매입 '주주가치 제고' 물결
미래에셋 자사주 1300만주 소각...주주정책 강화
지난해 ‘동학 개미’ 힘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증권사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에 따라 실적 개선에 성공한 만큼 증권사들도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KTB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신영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18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전날부터 내년 3월 17일까지다. 계약 체결은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맡았다. 이번 신탁계약으로 취득하는 주식은 취득 완료 후 전량 이익 소각할 예정이다.
지난해 메리츠증권은 전년 대비 21.8% 늘어난 828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9% 늘어난 5651억원을 기록했다.
KTB투자증권도 지난 25일 179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취득 예정주식은 우선주 180만4005주로 오는 9일 장외 직접매수를 통해 이뤄진다. KTB투자증권은 “상환전환우선주 상환에 따른 자기주식 취득 및 주식 소각을 위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KTB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760억원을 달성하며 2년 연속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보통주 배당을 실시했고 3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진행했다.
신영증권도 최근 자사주 우선주 5만주를 26억원 규모로 취득했다. 신영증권 역시 주주가치 증대가 취득 목적이라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월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보통주 1050만주 매입을, 2월에는 823억원 규모의 자사주 1000만주 소각을 결정했다. 지난해는 4차례에 걸쳐 자기주식 5000만주를 취득하고 681억원 가량의 자사주 1300만주를 소각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기주식 취득을 이어가며 주가의 하방 경직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주권익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그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앞으로도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등 주주권익보호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자사주 매입 행렬은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 따른 것이다.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에 대거 뛰어들면서 작년 시장 거래대금은 평균 약 2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44.6% 증가한 규모다. 이에 따른 수탁수수료 급증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한 가운데 증권사도 주주환원 강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최근 3년간 자사주 소각에 나선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 곳에 불과하다. 자사주 매입은 주식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주식의 수를 줄여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식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주식을 소각하면 기업의 가치는 변하지 않지만 주식 수가 줄어들어 1주당 가치가 높아진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주가 부양에는 한계가 있는데 회사가 언제든지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 때문”이라며 “다만 증권사 입장에선 자사주를 소각하면 자기자본이 줄어들어 부채 비율도 높아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