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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금융 논란 초래 금융위..."신용등급 낮추지 마라" vs "과도한 시장개입"


입력 2021.03.30 12:29 수정 2021.03.30 14:17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은성수 위원장 “일시적 실적 악화, 신용 점수 깎지 말아달라”

은행권 “부실기업 기준 어떻게 정하나...대출 건전성 악영향”

은성수 금융위원장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신용등급평가에 개입을 시사하면서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였다.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적이 악화한 중소기업의 신용점수를 깎지 말아달라고 요구하자, 은행권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금융지원을 넘어서 여신업무의 근간인 기업 신용평가까지 개입하는 지나친 조치라는 지적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잇따라 은행에 기업 신용 등급을 완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이 기업 신용등급 평가 시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요인을 이유로 하향평가 하지 말라는 요청을 보내면서, 은행연합회가 각 은행들의 의견을 청취중이다. 구체적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취합이 완료되는대로 대응방안을 당국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은행들은 통상적으로 기업 신용등급 평가를 4월에 진행한다.


금감원에 이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된 금융지원센터 현판식에서 중소기업단체 협의회장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신용등급이 하락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대출 한도, 금리 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이같은 원칙이 금융회사 여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금융권과 세부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은성수 위원장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에게도 “신용평가의 신용도를 바꿀수는 없다”면서도 “은행은 자율권이 있으니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서 대출 부분을 은행권과 협의 중”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에 이어 금융위까지 기업 신용 평가 완화를 요구하면서, 금융권은 당국이 과도한 개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금융권은 이미 지난해 4월부터 금융당국 정책에 발맞춰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보증과 대출 확대 등 금융지원책을 운영해오고 있다. 금융권의 지원 총액은 130조원을 넘었다.


주요 은행들은 코로나19로 열악한 상황에 놓인 중소기업을 돕자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자칫 당국의 선의가 좀비기업을 양산할 수 있다고도 우려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신용이 악화된 기업들이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지원하면 연쇄 부실을 막을수 있지만, ‘좀비기업’인지 ‘우량 기업’인지 가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회생이 어려운 기업까지 지원하는 것은 자칫 은행의 대출 건전성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염려다.


대출금리를 올리지 못하면 충당금을 더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여신 공급 여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정책 방향은 논리적으로도 맞는 부분이 분명 있고, 중소기업을 돕자는 취지는 당연히 공감한다”면서도 “고객의 위험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은 금융회사의 본업 중 하나이나, 기술적으로 부실기업을 어떻게 추려내서 관리해야 할지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은 정량평가(재무제표)와 정성평가로 합산해서 이뤄지는데, 정량은 바꿀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코로나19 회복이후 기업의 대출금 상환 가능성을 포함해 정성평가를 할 수 밖에 없다”며 “다만 코로나19에서도 매출을 내는 기업도 있는 등 여럿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기준을 잘 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용평가는 은행들이 몇 십년간 쌓아온 노하우로 이를 통해 유한한 자원을 가지고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세분화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의 입장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썬 기존 원리금도 유예돼 기업들의 평가 요소가 극히 제안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관치금융의 수위가 높아져간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은행권은 여당이 추진중인 ‘이익공유제’의 타깃으로 지목되면서 대출금리 인하 등을 요구받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더불어 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등의 금융정책을 추가 연장하기도 했다.


4월 보궐선거가 다가올수록 금융권을 향한 정치권의 요구는 더 노골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업계의 가중이 더할 것이라는 위기 의식도 팽배하다.


한편 금감원은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은행권에 대한 중징계를 예고하고 있다.당국은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등의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당시 우리은행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직무정지'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겐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다음달 초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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