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인권 중시 외교에
美 민주당 의원들도 호응하는 분위기
'내정간섭' 주장한 韓 시민단체 운동이
역효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도
남북관계 발전법 개정안, 이른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오늘(30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미국 의회가 관련 청문회를 다음달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워싱턴 거물인 에드 로이스 전 하원 외교위원장을 로비스트로 고용하는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섰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인권 중시 흐름까진 막아서지 못한 모양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전단 금지법을 비롯해 관련 시행령 개정안 및 해석지침 등이 "내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법령 개정 배경과 관련해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안전을 보호하고, 전단 등의 살포를 통한 북한 주민의 알권리 증진 같은 여러 인권 가치들이 조화롭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제3국 살포'를 규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한 해석지침도 마련했다며 "법 시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내외 인권단체 등과 소통도 지속해 왔다. 법을 운용하는 과정에서도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적용해 나가겠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북한 주민의 인권증진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평화정착 등 '세 가지 목표'를 진전 시켜 나가겠다는 정부 기본입장에 부합되게 법령이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법안 통과 이후 접경지역 주민의 생존권 보장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미국 등 국제사회에 전단금지법의 정당성을 설명해왔다.
하지만 국제사회 및 국제인권단체들은 해당 법안이 △'김여정 담화' 직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 △자국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점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정보 유입 활동을 사실상 원천 차단한다는 점 등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미 의회 산하의 초당적 인권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다음달 개최할 예정인 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 역시 같은 맥락의 국제사회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지난 27일(현지시각)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토론토협의회 주최로 진행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강연회에서 "곧 청문회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애당초 미 의회는 톰 랜토스 인권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공화당 소속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 주도로 올해 초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측 공동위원장인 제임스 맥거번 하원의원이 뚜렷한 입장 표명을 삼가 동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대형 로펌을 통해 전방위 로비까지 벌여 사실상 청문회가 무산됐다는 관측까지 제기됐었다.
청문회 개최로 가닥이 잡힌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인권 중시 외교 노선이 미 의회 분위기를 변화시킨 결과라는 평가다. 청문회 개최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이던 맥거번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이 바이든 행정부를 뒷받침 하는 차원에서 관련 논의에 적극성을 띠기 시작했다는 관측이다.
한국 일부 시민단체들과 정치권 인사들이 청문회 반대 운동에 나선 게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일부 시민단체들은 청문회 개최를 '내정 간섭'으로 규정한 서한을 미 의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석 대표는 청문회에 반대하는 한국 측 인사들의 주장을 검토한 스미스 의원이 "오히려 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청문회를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의회의 작동 방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국 정치권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