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 속 빚으로 경영 위기 넘기며 악순환
"올해부터 대출 못 갚는 개인사업자 늘어난다" 경고음
국내 4대 은행이 자영업자에게 빌려준 돈이 올해 초에만 또 다시 4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23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지원 정책을 통해 대출 부실을 억누르고 있지만, 이제 서서히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올해부터 빚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조만간 시한폭탄이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들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총 232조9046억원으로 작년말 대비 3조7165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우선 국민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같은 기간 5572억원 증가한 77조3577억원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신한은행 역시 55조3190억원으로, 하나은행은 51조2851억원으로 각각 9315억원과 1조743억원씩 관련 대출 잔액이 늘었다. 우리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도 1조2534억원 증가한 48조9428억원을 나타냈다.
이처럼 자영업 대출이 늘고 있는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충격이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이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빚으로 경영난을 버텨내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이 쏠려 있는 서비스업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은 지난 한 해 741조9000억원에서 880조8000억원으로 138조9000억원 급증하며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렇게 자영업자들의 빚이 계속 덩치를 키우고 있음에도 아직 문제가 드러나지 않고 있는 건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의 영향이 크다.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상환의 만기를 연장해주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해당 조치를 오는 9월까지 연장 실시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이 같은 금융지원 정책은 대출 연체를 줄여주는 효과를 낳고 있다. 만기나 이자 상환 시점을 연기해주지 않았더라면 즉시 연체로 잡힐 수 있었던 대출이 정책의 혜택 덕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돼서다.
하지만 반대로 대출 상환이나 이자 납부를 유예하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곧 그 만큼 갚지 못하는 빚이 쌓여가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지원 정책이 끝나고 대출 원금을 상환해야 할 때 차주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의 과도한 대출을 둘러싼 경고음은 이미 울리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부진이 누적되면서, 빚을 못 갚는 개인사업자들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올해 유동성 위험과 대출 상환 불능 상황에 동시에 처하게 되는 자영업자 가구의 비중이 0.4%에서 2%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이들 가구의 경우 이전 상태로 회복이 어려운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원 정책에 가려진 자영업자의 재무 상태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이후에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들을 상대로 장기적 안목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논의가 시작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