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 팬들과 온라인 소통, 기존 구단주들과 다른 접근
그룹명 대신 자회사 이름 앞세운 팀명..선수들에게 ‘쓱배송’ 깜짝 선물
플랫폼으로서의 야구단 가치 높이 여기고 산업화 추구하는 운영 방식도 신선
“세상에 없던 프로야구단을 선보이겠다.”
KBO리그에 ‘쓰윽’ 상륙한 SSG랜더스 야구단은 트렌드와 고객의 니즈를 꿰뚫고 있는 거대 유통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팀답게 톡톡 튀는 행보로 야구팬들의 이목을 끌어당기고 있다.
프로야구단 인수를 강력 추진한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구단주)은 지난달 온라인을 통해 야구팬들과 소통하면서 “유통업자가 야구판에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지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이후 개인 SNS 계정에 SSG랜더스 로고와 소개 영상을 직접 게재하며 반응을 살폈다.
활발한 SNS 소통으로 친숙한 이미지의 정 부회장은 벌써부터 SSG랜더스를 ‘용진이 형 야구팀’ ‘쓱 랜더스’로 불리게 하며 붐업을 조성했다. ‘신비주의(?)’에 갇힐 법한 재벌 그룹의 부회장이 연 팬들과의 소통만 봐도 SSG랜더스의 연착륙 그 이상을 기대하게 한다.
구단주의 행보만큼이나 야구단 팀명도 새롭다.
대다수 KBO리그 구단은 그룹명에 캐릭터를 더했다. 원년 창단팀부터 제10구단 KT위즈까지 모두 그렇다. 그러나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그룹명 대신 자회사 ‘SSG’를 넣었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에 온라인 마케팅을 접목해 최고의 효과를 끌어내겠다는 의지가 녹아있다. SSG닷컴은 신세계 그룹 내에서 온라인 시장을 담당한다.
구단 심볼은 LANDERS의 약칭인 ‘L’s’로 결정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아포스트로피 에스(‘s)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는 구단이 없다.
야구단 조직 관리도 다르다. 기존과 다른 형태의 구단 운영 방식을 기대하게 한다. 선수단 전력은 기존 SK 와이번스 인사들이 관리하며 책임지고, 구단 살림은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쥔다. SSG닷컴 출신 인사를 마케팅 총책임자로 임명, 기존 구단들과 다른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 활동을 예고했다. 국내 다수의 구단이 선수단 운영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무를 대행사에 위임하고 있는 것과 큰 차이다.
“유통업자가 야구판에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지 기대해달라”는 정 부회장의 예고대로 SSG랜더스는 개막 전부터 한국 프로야구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입장수입, 중계권 수입이 늘고 있지만 선수단 몸값 상승 등으로 모기업 지원 없이 자생할 수 없는 구조의 KBO리그에서 신세계그룹은 SSG랜더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산업화 의지도 드러냈다.
수도권 구단에서 단장을 역임했던 한 인사는 “신세계그룹은 프로야구를 기업의 홍보 마케팅 수단으로 여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 구단과 달리 하나의 사업체로 보고 있다. 야구단이 수익 자체는 크지 않지만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구단이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방식도 신선하다.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의 배송 서비스 ‘쓱배송’을 통해 연습경기 일정을 마치고 홈 인천으로 돌아온 선수들에게 깜짝 선물을 안겼다.
식료품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최주환과 박종훈, 윌머 폰트, 아티 르위키 등의 사진을 구단 공식 SNS에 게재했다. 최주환은 선물 받은 식료품으로 직접 요리하는 영상까지 올렸다. 이로써 SSG랜더스는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쓱배송’까지 널리 알렸다.
팬들의 강력한 요구를 ‘받들어’ 즉각 실행에 옮기는 움직임도 새롭다.
SSG랜더스는 지난 시즌까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한 추신수를 영입했다. 7년 총액 1억 30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던 추신수(SK 2007넌 해외파 특별지명)는 빅리그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 타자다. 여전히 그를 원하는 메이저리그 팀들이 있었다.
“언젠가는 한국에서 꼭 뛰고 싶다”고 말해온 추신수의 꿈을 파고든 신세계 그룹의 끈질긴 러브콜과 정성, 그리고 구단이 내세운 방향성은 추신수를 KBO리그로 이끌었다. SK와이번스를 인수할 때부터 팬들이 던진 중차대한 ‘미션’을 실행한 셈이다.
또 인천 야구의 ‘헤리티지’ 계승을 바랐던 팬심을 따라 팀 컬러, 엠블럼, 로고를 제작했다. 프로 구단이 가장 중요시해야 할 팬심에 따라 재빠르게 움직이며 팬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프로야구단이 가야 할 길을 선명하게 제시한 SSG랜더스가 추구하는 신세계가 쓰윽 다가오고 있다.
[SSG 상륙①] 쓰윽 상륙한 SSG랜더스, 모든 것이 신세계!
[SSG 상륙②] ‘치유되는 상실감’ 인천 팬들은 답할까
[SSG 상륙③] 인천 탈환 나선 신세계, 롯데와 어쩌면 야구 아닌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