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기 전국 럭비 선수권대회 열리는 진도공설운동장 잔디 상태 낙제점
일반 팬 고려하지 않은 접근성도 아쉬움
대한럭비협회 “선수 보호 차원, 진도가 가장 낫다”
최근 축구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논두렁 잔디’가 선수들의 부상 원인으로 지목되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럭비에서도 고르지 못한 잔디 상태가 선수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현재 전라남도 진도군에서 열리고 있는 ‘제39회 충무기 전국 럭비 선수권대회’에 나서고 있는 선수들은 고르지 못한 잔디 상태에서 경기를 치르다 보니 부상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이번 대회는 대한럭비협회 주최, 전라남도럭비협회와 진도군럭비협회 주관, 진도군, 진도군체육회의 후원하에 개최되며 15세이하부, 18세이하부, 대학부, 일반부 총 28개팀이 출전한다.
매일 경기가 치러지다보니 잔디 관리가 쉽지 않고,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부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보니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실제 경기가 열리고 있는 진도공설운동장의 상태는 경기를 치를수록 땅이 쉽게 파이고, 그라운드 곳곳에 홈이 패였다.
골 지점 뒤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인조잔디 매트가 깔려있었고, 그마저도 바람에 들릴 것을 우려해 모래주머니를 얹어 임시방편으로 조치했다.
트라이를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가속력이 붙어야 하지만 선수들의 움직임은 부상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24일 경기에 출전한 일반부 A선수는 “잔디 상태에 따라 선수 부상이나 경기력과도 연결이 되는 부분이다. 최근에도 축구대표팀에서 잔디가 좋지 않아 부상이 나오고 있는데 더 격렬한 럭비 경기를 치르는데 있어 경기장 환경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B선수도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아쉽다. 자갈도 많고, 경기하고 나면 쓸리는 부분도 있어 찰과상에도 취약한 부분이 있다”며 “(골 지점 부근에) 임시 인조 매트를 깔아놓으면 부상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경기 장소 선정에서도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서울서 목포까지 KTX로 3시간 30분, 다시 차로 1시간가량 이동해야 도달할 수 있는 진도는 수도권 대비 접근성이 떨어져 럭비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실제 럭비협회 SNS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진도에서 개최하다니, 대회 장소에 신경을 써달라”, “연고 없는 팬들은 오지 말라는거냐”, “생각을 하고 대회 일정을 조율한 게 맞냐” 등 불만의 목소리들이 올라와 있다.
자녀를 응원하기 위해 서울서 진도까지 내려온 양정중학교의 한 학부모는 “진도는 많이 멀다. 먹을 데도 많지 않고, 학부모들은 개인적으로 4~5일 체류하기도 하는데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며 “수도권에서 했으면 그나마 좀 나았을텐데 경기장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반 관중은 거의 없이 선수 가족, 소수의 구단 관계자들만으로 채워진 경기장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치르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은 열악한 한국 럭비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현장에 가지 못하는 팬들의 편의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한 모습이다.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송출되는 럭비 중계는 전문 해설진 없이 카메라 고작 1대가 돌아가고 있다.
경기 장소 선정과 관련 심영복 대한럭비협회장은 “무조건 잔디 조성이 최상인 곳을 잡아 경기를 치러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현 시기에 경기를 치르기에는 진도가 가장 낫다”면서 “국내에 경기를 치를 만한 잔디 조성이 돼 있는 곳이 현 시기에는 많지 않다. 선수들도 다칠 수 있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날씨가 가장 좋은 곳으로 내려와서 할 수밖에 없다. 잔디가 올라오지 않은 곳도 많다”며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