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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LH사태에 '촛불' 소환…前 정권에 책임 돌리기


입력 2021.03.16 04:00 수정 2021.03.16 05:17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대국민 사과 없이 LH사태 부동산 '적폐' 규정

레임덕 의식 지지층 결집 '정치적 의도' 해석

"논점 바꿔치기" "적반하장 유분수" 비판 나와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부동산 적폐'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를 청산하는 게 '촛불정신을 구현하는 일'이라고도 했다. 문제가 된 투기 지역이 문재인 정부의 주거 정책 상징인데다, 현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조장했다는 비판이 지배적인 상황 속에서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전(前) 정권 탓' 발언은 비판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여러 분야에서 적폐 청산을 이루어왔으나 '부동산 적폐'의 청산까지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그저 부동산 시장의 안정에 몰두하고 드러나는 현상에 대응해왔을 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그와 같은 반성 위에서 단호한 의지와 결기로, 부동산 적폐 청산과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을 남은 임기 동안 핵심적인 국정과제로 삼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우리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정신을 구현하는 일이며, 가장 중요한 민생문제라는 인식을 가져 주기 바란다"고 했다.


LH 사태가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다. 즉 전(前) 정권의 병폐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고, 이를 해결하는 게 '촛불정신'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조장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 건설개혁본부장은 최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부동산 투기를 조장해 왔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사건을 대충 조사하는 걸 보면서 국민들은 이 정부가 얼마나 가식적이고 무능한지 알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은 이럴 때 쓴다"며 "이 정부의 무능과 도덕적 해이로 집값은 천정부지, 국민들의 절박한 내 집 마련 꿈이 날아간 것이다. 보이는지, 아니면 안 보이는 척 하는지, 단 한 번의 진실한 사과도 하지 않는 대통령의 인식이 놀랍다"고 비판했다.


결국 문 대통령이 '적폐 청산' '촛불정신' 단어를 언급하며, 책임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레임덕 위기에서 벗어나고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지지층 결집이라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이번 사태가 사저 논쟁, 대통령 일가 논란, 청와대와 집권여당에까지 불똥이 튄 상황에서 한 가지라도 막지 못하면 문 대통령은 당장 레임덕에 들어서는 것"이라며 "LH 사태를 '부동산 적폐'로 규정하면서 현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고 논점을 바꿔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도 "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를 근절시키겠다, 부동산 전쟁에서 승리하겠다 등의 대국민 약속을 했는데 LH 직원들이 현 정권에서 투기를 해 할 말이 있겠느냐"며 "이번 사태가 정권의 안위와 연관돼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자기 만의 논리를 개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발언이 부동산 투기 문제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 등을 강조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부동산 적폐청산은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 그다음에 제도적인 방안까지도 근본적인 대책으로 마련하라고 한 여태까지의 메시지와 맥이 닿아 있는 말로 이해해 달라"며 "2·4 대책이 표류하지 않아야 한다라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고, 특히 공공주도형 주택 공급 대책 등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라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이날 공직자들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비정상적인 부동산 거래 및 불법 투기 감독 기구 설치 등을 제안하면서 후속 조치는 이어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정치권도 이 사안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아 주시기 바란다"며 "정부의 강력한 조치와 함께 국회 역시 입법으로 분명한 성과를 냄으로써 국민과 시대의 요구에 응답해 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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