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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2라운드 결과 임박…파워게임 지속될까


입력 2021.03.15 11:56 수정 2021.03.15 12:03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ITC, 19일(현지시간) 특허권 침해 여부 예비판정

SK "바이든 거부권 기대" LG "美에 조 단위 투자" 맞불

SK그룹(왼쪽)과 LG그룹 로고.ⓒ각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과이 미국에서 벌이는 배터리 분쟁 '2라운드' 결과 발표가 임박했다. 지난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가 LG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결론을 낸 데 이어 이번주엔 특허권 침해 여부를 공개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사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경우 승기 '굳히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합의 내용이나 규모에 있어서도 보다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게 될 전망이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을 기다리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판결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기사회생'의 발판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는 LG에너지솔루션의 주장에 대한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오는 19일(현지시간) 내릴 예정이다.


예비결정은 특허권이나 영업비밀 침해 사건을 조사한 ITC 행정판사가 내리는 예비적 판단이다. 2019년 초부터 시작된 LG와 SK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ITC는 작년 2월 SK의 조기 패소로 예비결정을 내린 뒤 1년 뒤인 올해 2월 LG의 승리를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이번 특허 침해 소송은 양사 배터리 분쟁의 연장선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9월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분리막 관련 미국 특허 3건, 양극재 미국특허 1건 등 4건을 침해했다며 ITC에 관련 조치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해당 특허를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SK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에 대해 미국 내 수입을 전면 금지해달라고 ITC에 요청했다.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은 본 사건 격인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사건에서 파생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이 핵심 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자사 인력을 빼갔다며 ITC에 제소했다.


그러자 SK는 2019년 9월 자사의 배터리 특허권을 LG가 침해했다며 ITC에 제재를 요청했고 LG는 같은 달 맞소송으로 응전했다. 시점상 LG 측이 제기한 특허침해 사건이 가장 늦지만 SK 측이 제기한 특허 침해 사건 조사 절차가 지연되면서 LG 측이 제소한 사건의 예비결정이 먼저 나오게 됐다.


이번 예비판정 결과에 따라 양사의 명운도 교차할 것으로 보인다. 처음 제소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완승'을 거둔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특허권 침해 소송 결과 역시 자사에 유리하게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ITC는 2월 10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최종 판결하며 SK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에 대해 10년 동안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했다. 다만 미국 고객사들의 피해를 고려해 포드와 폭스바겐 일부 차종엔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기간을 허용했다.


영업비밀 침해 결과가 나오면서 업계는 양사가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속도는 좀처럼 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합의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ITC 판결 직후 "SK이노베이션에서 ITC의 최종 결정을 존중하고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는 차원에서 진정성 있는 합리적인 제안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SK가 LG의 기술을 탈취했으니 그에 상응하는 합의금액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업계 의견 등을 종합하면 LG측이 원하는 배상액은 3조원 이상인 반면 SK는 이에 훨씬 못미치는 1조원 안팎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K는 침해됐다는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어떻게 침해됐다는 것인지에 대해 ITC가 판단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수 조원 규모의 합의금을 LG에 내라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주장한다.


배터리 분쟁에 美 정치권도 가세…LG는 조 단위 투자로 '달래기' 나서


양사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한국·미국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배터리 분쟁은 '파워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지사는 지난 13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ITC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금지 조치를 뒤집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조지아주 공장이 경제적으로 존속할 수 없게 만들 ITC 결정을 대통령이 번복하지 않으면 공장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SK의 설명"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재차 요구했다.


그러자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완성차 등 이해관계자 '달래기'에 나섰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10일 래피얼 워녹 주 상원의원에게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을 인수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그는 "LG는 조지아주 주민과 근로자들을 돕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 투자자가 SK 조지아주 공장을 인수한다면 이를 운영하는 데 LG가 파트너로 참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에 대해 "지금의 사태가 SK의 부정한 기술 탈취 행위로 발생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리고, 이로 인한 조지아주의 일자리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2일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 독자적으로 5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GM과의 합작법인도 상반기 중 2공장 투자를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신설 공장 후보는 상반기 중 결정된다. 김 사장의 서한으로 미루어 후보지 중 하나로 조지아주가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굴하지 않고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적극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SK가 거부권에 희망을 거는 것은 미국 내 배터리 공급물량 부족과 독점금지법을 근거로 한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생산이 무산될 경우 사실상 LG에너지솔루션의 독점 생산 체제가 불가피해진다는 이유다.


현재 미국에 거점을 두고 있는 배터리업체는 파나소닉,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AESC 등 4곳 뿐이다. AESC는 중국 인비전이 인수하면서 미국 내 투자 여력을 상실했다. 파나소닉은 주로 테슬라용 원통형 전지만 생산하고 있어 날로 커지는 전기차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밀고 있는 친환경차 시장 확대를 위해선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밀어줘야 하는 데 그 한 축인 SK 배터리가 무너진다면 사실상 LG에너지솔루션의 독점 체제가 굳혀질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는 미국에서 경계하는 독점금지법과 상충된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시점에 느닷없이 LG가 SK 조지아 공장을 제 3자와 공동으로 또는 단독으로 인수한다던지, 미국 내 5조 투자 중에는 조지아에서의 신규 공장 건설도 검토될 수 있다고 운운하는 것은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한 목적임은 누가 봐도 명확하다"면서 "이는 결국 자신들의 목적이 SK를 미국 시장에서 축출하고, 미국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 구축에 있다는 점을 공공연히 선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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